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타임투티 Aug 17. 2016

초보여도 괜찮아

그까이꺼 하고 덤볐는데 고작 초보밖에 되지 않았다.

무엇이든 '시작'이 있다. 일을 해도, 밥을 차릴 때도, 여행에도, 쇼핑을 해도, 그리고 사랑에도... 그 어떤 행동을 해도 '시작' 이 존재한다. 잘 아는 것이라면 쉽지 않게 '이거하자' 하고 기세등등 도전한다지만, 막상 처음 접하는 것이라면 모두가 초보가 되고 만다.


처음 서른살, 꽃농부가 되기로 결심했을 때 나는 그까이꺼 하고 덤볐다. 땅에 씨앗을 뿌리면 자랄 것이고, 화분에 꽃을 심으면 예쁘게 필것인데 뭣이 어렵다는 것이여? 하고 멋지게 도전을 시작했다. 



처음에 다육이 이름들이 안외워져서 정말 힘들었다. 다 예쁜거 같긴한데 이름표도 안달고 데려오니 더 모를 수 밖에. 그 뒤로는 이름표는 꼭 달아달라고 한다. 농원아저씨도 귀찮을만한데 늘 한결같이 이름표를 잘 달아주신다. 여전히 헷갈리는 애들은 어쩔 수 없다. 동미인, 월미인 등 왜 때문에 미인들은 그리 많은지.


이름은 둘째다.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냥 철수야 영희야 불러줘도 괜찮으니까.


문제는 데려온 이녀석들. 언제까지나 검정 고무집에 살게 하고 싶지 않아 화분에 옮겨주어야하는데 글쎄...그래서 흙은 뭘써야하는데? 여기서부터 막혀버리고 만 것이다. 초보라도 시작부터 이건 너무했다.




다육이 어떤 흙을 써야하지?

마사토. 마사토라는 아주 생소한 단어를 만나고 말았다. 다육이와 선인장류는 물이 잘 빠져주어야하고 뿌리가 잘 말라있어야 곰팡이가 안생기고 잘 자란다. 다육이도 마찬가지다. 흙에 심어 놓지 않고 뽑아놓아도 괜찮다. 빠싹 잘 말린 후 다시 심어주는것이 오히려 잘 자랄 정도로 물보다는 마른 흙을 좋아하는 녀석들이다.


마사토는 잘게 부순 돌 같이 생겼다. 요건 심지어 아주 고급진(?) 마사토여서 씻은 마사토이다. 마사토는 원래 흙에 덮인 듯한 색감인데 씻은 마사토는 제법 깨끗해 선인장 위에 올려주거나 아예 다육이만 심기에도 꽤나 괜찮은 돌이다.


처음엔 뿌리를 다듬는거 조차 무서웠다. 이렇게 작디 작은녀석에게서 엄청 큰 뿌리를 보고나니 이걸 어떻게 다시 화분에 담아준담 고민하는데 엄마가 뿌리는 다듬어도 된다고 했다. 수분과 양분을 다 먹기 때문에 어느정도 정리해주는 것은 좋다고 한다.



스투키는 어떤 흙에 심지?

스투키는 다육이와 다르게 산세베리아류이다. 친구들에 의해 알게 된 스투키는 일단(?) 데려온 후, 배우기로 했다. 산세베리아인지도 몰랐고, 그냥 쭉쭉 뻗은 오이같은 녀석이었다.


아뿔싸. 내가 가진게 그러고보니 마사토가 전부였다. 아니 씻은 마사토가 전부였다.

과연 스투키는 마사토에 심어도 될까?


해답은 화분 아저씨네서 찾았다.

화분 아저씨에게 흙을 사려다보니 스투키는 어디에 심어야할지 물어보았다. 아저씨는 '다 똑같이 해주면 돼요' 라고 대답했는데 뭔가 적절히 잘 섞어라 같은 느낌이었다. 대가들이 밥반찬 할때 간은 얼마나 해요 물으면 "요정도 적당히" 라고 답하는것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어쨌든 아저씨로부터 분갈이 흙이라는 새로운 흙을 득템했다. 우리가 쉽게 만나는 고동색의 진한 흙인데 스투키도 마찬가지로 물이 고여있기보다는 잘 빠져주어야하는 식물이라 분갈이흙과 마사토를 적절히 섞어주는 것이 좋다. 스투키의 경우, 나는 주로 7:3 혹은 6:4정도로 분갈이흙을 조금 더 넣어주는데 이유는 즉슨 분갈이 흙을 좀더 가벼운 흙을 사용하고 있다. 기존에는 일반 분갈이 흙을 썼다면, 좀 더 가벼워서 물빠짐이 좋다는 분갈이 흙을 쓸때는 조금 더 흙을 마사토보다 더 넣어주는 편이다.


분갈이 흙도 딱 명확한 답이 없는듯 하다. 짜다, 맵다 정도 간을 보지만 '이집 손맛'과 '저집 손맛'이 다르듯 재료 따라 다르듯 무언가 각자만의 답이 있는 것이고 그 때마다 어울리는 식물들이 있는 듯 한다.

스투키도 물을 줄때 고이지말라고 마사토 혹은 조약돌을 마지막에 얹어주곤 한다. 약 0.5~1cm 정도 아주 낮은 높이로 굵은 돌멩이류를 덮어주는데 이 또한 물이 고이지말고 잘 빠져서 썩지말라고 해주는 작업이다.



그래서 어느 흙이 좋다고?

더 좋은 흙은 없다. 소금과 설탕 같이 서로 다른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이니까.


현재 우리집에는 기본 흙은 두가지를 두었다. 분갈이 흙과 마사토. 개인적으로는 분갈이 흙 중 가벼운 흙이 제일 마음에 들고 (엄청 보드랍고 가볍다), 그리고 씻은 마사토가 그 다음이다. 씻은 마사토는 큰 사이즈, 작은 사이즈가 있어 두가지 종류 모두 가지고 있는데 실제로 심어보면 사실상 굵은 마사가 좀 더 많이 쓰이는 듯 하다.


안 씻은 마사는 주로 분갈이 흙과 섞어주곤 하는데 아무래도 실용적인 측면에서 가격차이가 얼마 안나 씻은 마사를 사는 것이 더 나은 듯 하다.

이게 바로 굵은 마사토. 아주 큰 한 포대를 사왔는데 그새 금방 다 써간다.

주로 물빠짐을 요하는 식물들에게는 이만한 돌이 없다. 다육이나 선인장의 경우엔 굳이 분갈이 흙 없이도 이 마사토에만 심어놓아도 잘 자란다. 


조약돌은 두가지 종류를 늘 가지고 있다. 하얀 조약돌과 검정 조약돌. 검정 조약돌은 참 종류가 많은데 개인적으로 저 녀석이 제일 좋다. 사실 이름도 모르겠고, 무슨 돌인지도 모르겠다. 그냥 화분집 아저씨가 저게 좋다해서 데려온거라 '아저씨, 검은돌이요' 하면 척 알아듣고 주시곤 한다.


저 검정조약돌을 특별히 좋아하는 이유는 마르면 진회색으로 변한다. 그래서 물을 주고 마르는 것이 잘 보여 좋고, 물을 주면 반짝이는 것이 굉장히 예쁘다. 

이 세가지는 물빠짐에 아주 좋고, 장식으로도 좋은 세녀석이다.

실제로 다육이와 선인장은 물빠짐이 중요해 이런 조약돌에서도 자라난다. 틸란드시아 같은 공기 식물들도 이 조약돌에 살짝 올려두면 인테리어 멋이 제법이다. 그만큼 녀석들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잘 해주고 있다.






아직도 알아야할 흙이 넘쳐난다.


저렇게 굵은 마사도 있지만 실제로 분갈이 흙처럼 아주 곱게 갈린 마사도 있다. 그래서 육안으로 봐서는 아직 구분을 잘 하지 못한다. 관엽식물 같은 큰 식물을 심을때는 상토도 있다. 퇴비와 함께 좋은 성분을 섞어 잘 자라도록 섞어 놓은 흙을 상토라고 하는데 우리가 아는 고무나무 같은 큰 나무를 화분에 심을때나 혹은 꽃을 심을 때 아주 좋다. 마당에도 배수가 잘 되게 하려면 마사를 섞어 깔아주는 것이 좋다. 이렇듯 재료 따라 상황 따라 워낙 흙의 종류가 달라 초보에겐 가도가도 한참을 가야한다.


이름도 외워야하는데, 흙도 외워야하고, 물을 주는 시기도 기억해야하고 정말로 배워야할게 산더미다. 재밌는 건, 공부를 하던 때는 암기를 하는 게 고통스럽고 힘들었지만, 가드닝은 재미있다는 것. 그래서 직장인 취미가 생겼나보다. 


가을이 되면 꼭 농장을 예쁘게 가꾸어 힐링클래스를 열어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직장인, 외롭고 고독한 존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