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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임투티 Aug 31. 2016

꿈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

열심히 살아가는 원동력, 꿈.

시애틀에 5년을 살았다. 대학시절을 보내고 오니, 돌아온 내게 너무 허무함을 느꼈다. 분명 내 20대를 바친 곳인데 나는 그곳에 남고 싶어도 남을 수 없었다. 쫓겨나듯 돌아온 곳이 반가울리가. 청소년기에도 겪지 않았던 뜻하지 않았던 질풍노도의 시기를 뒤늦은 26살에 겪고 말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나는 한국 사회에 아주 잘 적응했다. 매일 아침 붐비는 1호선 지하철 급행에서 모르는 사람과의 스킨십은 여전히 익숙하지 않지만, 야근이며 밀려오는 일, 갑과 을의 사회 속에서 스트레스를 잘 받는 서른살 직장인이면서도, 자연으로 힐링하는 취미를 가진 어른아이가 되었다.


꿈이 있다는 것

유치원생 때는 나는 미스코리아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나는 나는 자라서~ 무엇이 될까요?' 노래를 부르다보면, 그 길디 긴 단어 미스코리아를 노래하곤 했다. 중동에 살던 시절엔 피겨스케이팅을 러시아 국가 대표에게 배워 선수가 될까 싶다가도 역시 나는 외교관이 되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리곤 한국에 돌아와 사물놀이를 배우며 인간문화제가 되겠다며 장구에 빠지고 말았다. 지금은 피식 웃게되는 그런 나의 꿈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러니까. 고등학교를 들어가니 제법 이것저것 하고 싶던 꿈들이 점차 희미해져갔고, 대학졸업 혹은 취업이라는 짧고 간결한 꿈들만 가득해져버리고 말았다. 좋아. 이번엔 겨우 통과했군 같은 기분이랄까.


친구들과 어느날 홀짝 홀짝 술마시며 이야기하다가 문득 서로에게 물었다. 너의 꿈은 뭐야?

우린 멋지게 답하지 못했다.


갑자기 각박한 세상이, 텁텁한 기분이 아려왔다. 

우리는 무엇을 보고 달려가는 것일까? 두둑한 통장을 위해? 승진을 위해? 가족을 위해? 

나를 위한 그 무언가는 점점 사라져만 가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던 중, 나는 식물을 만난 것이다. 그리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 벅차겠지만 

꿈을 향해 한발짝 더 나아가고자 무리해보기로 했다. 꿈이 있다는 것은 어쩌면 희망적일테니까.



각박한 세상 속 모두가 함께 힐링하는 공간

시애틀에는 내가 참으로 좋아하는 공간이 있다. 그 오랜 기간 딱 한번 방문했는데, 그 기억이 잊혀지지 않고 지금에 꿈을 쫓고 있는 이 시점에서 주섬주섬 기억을 꺼내기 시작했다.


 Melrose market


모든게 하나가 되어 있는 공간. 많은 사람들의 꿈이 공유되고 있는 공간이다.

이런 느낌의 공간을 통해 힐링이 되는 공간을 문득 만들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멜로즈 마켓은 시애틀 캐피톨힐 지역에 위치한다. 친한 동생의 졸업 기념으로 멋진 저녁을 사기위해 방문했던 곳인데 그 모습에 반해 지금까지 기억속에 너무 선명하게 남아 있는 곳이다. 샵인샵 형태의 여러 가게가 함께 있는 공간이다.



바깥에는 예쁜 테라스. 비가 자주 오는 시애틀에 제법 어울리지 않아보이지만, 서늘한 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즐기곤 한다. 멜로즈 마켓 앞쪽을 장식하는 것은 바로 이 카페, 샌드위치를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근사한 카페다. 안쪽에는 오픈 키친과 다양한 가게들이 즐비한다. 


바로 이곳, 오픈 키친 레스토랑을 다녀왔다. 


저 모습이 바로 주방. 정말로 요리사들이 내 옆에서 음식을 조리하고 있다. 멋진 아일랜드 테이블이 요리를 하는 곳이고 즉석으로 요리해 내어오는 아주 멋진 곳이다. 가격은 착하진 않지만, 시애틀에서 본 가장 멋진 레스토랑 중 하나였다.



다시봐도 참 멋있는 곳이다. 벽돌도 있고, 나무도 있고, 하얀 타일도 있는데 모든 인테리어 디자인이 하나로 어울리는 것이 참 신기할 따름이다.



맞은편에는 와인가게가 있다. 칠판으로 멋스럽게 새겨놓은 간판도 재밌고, 위에 메뉴판 처럼 적어 놓은것도 재미있다. 왠지 와인이 더 맛있어 보이고 멋있어 보인다. 


꽃가게도 있다.

높은 천장과 나무 서까래가 매력적이다. 역시 천장은 높고 볼일이다. 그런거보면 우리 농장 하우스는 천장이 일반사이즈다 보니 제법 낮은 느낌이 들고 있다. 아무래도 높이는 것이 맞다.


앞쪽은 정육점이다. 젊은이들이 정육점을 하고 있는데 드라마에서 볼법하게 종이에다가 싸서 준다. 유럽에서만 볼 거 같은데 여기만 오면 외국 스멜이 물쓰니 느껴진다.

분명 이것도 관련있는 floor plan 같은데 장소들과 함께 그려지진 않는다.



그래서 내 꿈의 공간은?

멜로즈 마켓과 파머스 마켓의 중간이랄까. 아직 큰 그림밖에 없어서 이걸 해내겠어 하는 꿈이 구체화 되지 않았다. 최근엔 그토록 원하던 스토리펀딩 측과 연결이 되었는데 내 스토리를 어떻게 풀지 고민이 많다. 내가 필요한 펀딩은 무엇인지 잘 감이 오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가격을 모르겠으니까. 그래서 얼마를 모아야할지도 모르겠으니까. 출퇴근길 졸린 눈을 비비고 간신히 이리저리 찾아보는 중이다.



우리 농장은 매우 매력적인 곳이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비닐하우스 한동이 전부인데다가 오두막도 그냥 농장에 어울리는 곳이다. 정겹지만 조금 더 꿈을 이룰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고 싶단 생각이 강하다. 분명 더 자세한 계획이 나오면 스토리펀딩에 도전할 생각. 그리고 이 공간은 많은 이들이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이 되겠지.



이렇게 높은 천장을 가진 유리온실은 늘 매력적인 듯 하다. 빈티지 느낌의 도어는 정말 멋스럽다.

촌스러워 보이는  체크타일도 농장에서는 멋지다.


긴 테이블은 작업실로 쓰기에 더없이 적합하다.



적벽돌은 내 욕심이다. 왠지 촌스러워 보이기도 하지만 나는 '따뜻하다'는 느낌이 더 맞는듯 하다.

엄청 긴 원목 테이블은 힐링 클래스에 너무도 적합해보인다. 빈티지스러운 긴 조명도 잘 어울리고, 뒷부분에 걸려있는 허브 화분들도 힐링 클래스를 열기에 너무 멋스럽다.



적벽돌과 토분에 반했던 사진. 지금은 토분을 잘 하지 않는 이유가 많은 이들이 '올드'해 보인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지만, 여전히 토분과 적벽돌 그리고 나무의 조화는 따뜻한 기분이다.




사진이 좀 작지만 내가 앞으로 꿈을 이뤄나갈 모네의 정원에 가장 좋은 모토 이미지가 되지 않을까 싶다. 검정 빔에 유리 온실 느낌, 그리고 컨테이너까지 세련되고 모던한 기분도 들 정도이다. 여긴 작게 지었지만 이게 비닐하우스로도 가능할지, 농원에 가능한지도 열심히 찾아봐야한다. 


도시농부가 유행하고, 젊은농부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나는 서른살 직장인, 주말에만 잠깐 등장하는 어설픈 꽃농부이지만 포부 하나는 대범하다. 그리고 추진력이 강하다. 그래서 결국 내 모네의 정원이 모토를 넘어설, 그리고 시애틀의 멜로즈 마켓처럼 많은 사람들을 힐링하는 장소가 될 것이라 오늘도 꿈을 꾸며 뒤늦게 잠을 청한다.


물론. 내일은 다시 회사에 나가겠지만.




*농장 사진을 제외하고는 사진은 모두 구글링을 통해 퍼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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