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거짓이라면...

by TK

토요일 오전 9시 47분.
나는 작은 의자와 조그마한 책꽂이가 있는 나만의 서재에 앉아 있다. 커피는 식어가고 있고, 창밖에서는 누군가 잔디를 깎고 있다.
그런 평범한 주말 오전에, 나는 우연히 한 영상을 발견했다.
제목은 이랬다.
“Time Isn’t Real? Quantum Gravity Says So.”

"시간은 거짓이고 양자중력이 그렇다고 한다."


클릭했다.


영상 속 물리학자는 이렇게 말한다.
시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고.
우주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가 만든 하나의 언어 같은 거라고.
진짜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치 오래 신었던 신발이 사실은 내 발에 맞지 않았다는 걸 깨달은 기분이 들었다.




영상을 끄고 부엌으로 갔다.
커피를 새로 내렸다.
물 끓는 소리가 부엌을 채웠다.
시계는 10시 12분을 가리키고 있다.


그 숫자가 갑자기 이상해 보였다.
어쩌면 전혀 실재하지 않는 무언가를 내가 신뢰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시간이 없다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것들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너 늦었어.”
“그는 성공이 빨랐어.”
“우리 아이는 발달이 느려.”


그 모든 말은,
존재하지 않는 상대에게 쓰는 편지처럼 공허할 뿐일 것이다.




우리는 시간을 하나의 ‘공용 화폐’처럼 써왔다.
하지만 어쩌면 그것은
공동으로 합의한 이야기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작동할 땐 편리하지만,
진실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




커피를 마시며 생각했다.
인생은 경주가 아니다. 과정이다.


날씨처럼,
예측 불가능하고,
순서도 없는.


어떤 씨앗은 늦게 피고,
어떤 폭풍은 예상보다 일찍 온다.


인생을 움직이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행동과 반응의 연쇄다.


그러니 이제는,
“늦었나?” 대신,
이렇게 물어야 할지 모른다.


“나는 지금,
이 순간에 정직하게 반응하고 있는가?”




창밖에서 잔디 깎는 소리가 멈췄다.
세상이 잠깐 조용해졌다.


나는 시계를 다시 봤다.
10시 28분.
하지만 이제 그 숫자가 전처럼 의미 있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건 단지,
약속된 기호일 뿐이었다.


‘일찍’은 없다.
‘늦음’도 없다.
오직, 나.
그리고 내가 삶을 마주하는 방식만이 있을 뿐이다.




나는 커피잔을 씻었다.
찬물이 손에 닿았다.
'차다'라는 그 감각은 분명했다.
실재했다.


시간이 아니라,
그 감각이 나를 지금 이곳에 있게 해 줬다.




시계는 11시를 가리키고 있다.
하지만 그건,
단지 시계가 하고 있는 일일 뿐이다.


밖에서 새가 울고 있다.
그 새는 시간을 모르겠지만,
분명히
완벽하게
살고 있다.


-T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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