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의 법칙으로 바라본 인간의 다양성
한 번 더 이야기해 보자면, 우리 모두는 중력의 영향을 받는다. 추운 날이면 몸이 움츠러들고, 계절이 바뀌면 기분도 흔들린다. 이처럼 인간은 결코 자연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연의 법칙 중 가장 근본적인 하나는 ‘균형’이다.
바람이 불면 나뭇가지가 흔들리고,
산이 솟으면 그 아래 강이 흐르며,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다.
모든 현상에는 그에 상응하는 다른 현상이 있다.
그렇다면 이젠 이 질문을 해야 할 것 같다.
ADHD라는 이름 아래 숨겨진 다른 현상, 다른 균형의 원리는 무엇인가?
ADHD는 집중이 어렵고 충동적이며 산만하다는 특성으로 설명된다. 그런데 그 모든 설명은 ‘기존의 사회 시스템에 잘 맞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잘 아시겠지만 기존의 사회 시스템, 즉 교육은 공장에서 일을 하는 사람으로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ADHD는 공장에서 일을 하기 아주 힘든 현상이다.
집중이 어려운가? 그렇다. 하지만 하나의 대상에 오래 몰두하지 못한다는 것이지, 흥미 있는 일에는 오히려 과몰입하는 경향이 있다.
충동적인가? 그렇다. 하지만 즉흥적 창의성과 순발력이라는 말로도 바꿔볼 수 있다.
산만한가? 그렇다. 하지만 여러 가능성을 동시에 인식하는 감각의 확장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까지 한쪽 면만 보고 판단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해바라기는 낮, 즉 해를 따라 고개를 돌린다. 하지만 그 고개를 돌리는 행위 이면에서는 또 다른 많은 생리작용이 일어난다. 모든 식물은 빛과 어둠, 흡수와 증산, 성장과 멈춤 사이에서 끊임없이 균형을 맞추며 존재한다. 인간도 그렇다.
지나치게 조용한 사람은 깊은 내면을 가졌을 수도 있고,
산만해 보이는 아이는 동시에 놀라운 창의성과 관찰력을 지니고 있을 수도 있다.
문제는, 우리가 이 균형을 보지 못한다는 데 있다.
아이들 교육에 관련된 책에서 본 이야기이다. 몇 해 전, 친구의 아들이 ADHD 진단을 받았다. 수업시간에 가만히 있지 못하고, 과제를 깜빡 잊고, 말도 너무 많았다. 하지만 어느 날, 그 아이는 친구 아버지가 만든 전자회로 키트를 2시간 넘게 붙들고 있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보상도 없었다.
“이건 왜 이렇게 돌아가요?”
“이거에 전류가 들어가면 저쪽은 왜 멈추죠?”
질문이 이어졌고, 그는 회로도를 그림처럼 외우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우리는 관심이 없는 영역에서의 어려움만을 가지고 그 사람 전체를 정의해 왔다는 사실을.
어쩌면 ADHD는 ‘결핍’이 아니라 ‘다른 구조’ 일뿐이다.
현재의 교육과 사회 시스템이 요구하는 방식과 어긋날 뿐, 그 자체로 에러가 아니라 버전 차이일 수 있다. ADHD가 미래에는 현재의 높은 IQ와 같은 선망이 될 수도 있다. 물론 현대의 선망인 높은 IQ의 다른 모습을 우리는 거론하진 않는다.
빠르게 전환되는 주의력은 현대 사회의 멀티태스킹 환경에 강하다.
강한 감정 반응은 공감과 직관, 창작 활동에서 빛을 발한다.
구조보다는 흥미 중심의 몰입은 아이디어 발상과 새로운 연결을 만든다.
이러한 특성들은, 균일한 인간을 원하는, 공장 위주의, 체계 속에서는 문제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자연은 균일함보다 다양성을 통해 진화해 왔다.
실제 예를 보자. ADHD는 종종 결핍이나 문제로 인식되지만, 일부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강점이 되기도 한다.
세계적인 수영선수 마이클 펠프스는 유년 시절 산만함과 충동성으로 ADHD 진단을 받았지만, 반복적인 훈련과 에너지 소비가 요구되는 수영이라는 환경 속에서 집중력과 자기 조절을 키웠다.
기업가 리처드 브랜슨 또한 정규 교육에 적응하지 못했지만, 행동력과 직관적인 판단으로 버진 그룹을 성공시켰다.
이 외에도 배우 윌 스미스, 체조선수 시몬 바일스, 제트블루 창업자 데이브 필드맨처럼 ADHD 진단을 받았지만 각자의 분야에서 독창성과 열정, 강한 몰입력으로 두각을 나타낸 인물들이 많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이렇게 말한다. “문제는 내가 아니라, 나에게 맞지 않는 시스템이었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고, ADHD라는 작동 방식도 그 안에 존재하는 균형의 일부입니다. 단지 우리가 보지 않았을 뿐입니다.
ADHD를 포함한 모든 신경 발달의 다양성은 우리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 이해할 준비가 되었는가?”
자연은 정해진 기준이 없다. 빠른 것과 느린 것이 있고, 혼란과 질서가 공존한다. 그 속에서 모든 생명은 스스로의 리듬으로 살아간다. 우리가 그 리듬을 ‘기준 밖’이라고 말하는 순간, 누군가의 가능성은 차단되고, 자연의 일부였던 인간은 틀로 갇힌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부터 이렇게 묻는 연습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그 사람의 부족한 점은 뭘까?”
대신
“그 사람이 가진 다른 리듬과 잠재력은 무엇일까?”
우리는 이제 새로운 방식으로 인간을 다시 설명해야 할 때다. 판단을 넘어, 이해로. 진단을 넘어, 가능성으로.
.. TK
1편: 그 사람은 원래 그런 사람이야? https://brunch.co.kr/@timothykong/141
2편: 인간도 자연이다. 자연은 ‘균형’을 따른다. https://brunch.co.kr/@timothykong/142
4편: 판단도 소유다 https://brunch.co.kr/@timothykong/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