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리는 대체 어떤사람인가??

두 얼굴을 나..

by TK

12월 겨울 저녁, 눈이 내리는 한적한 거리. 바깥은 연말을 즐기는 사람들로 부산하지만, 골목 안쪽 나무계단을 올라가면 따뜻한 색조의 와인바가 있다. 나무 인테리어로 깔끔하게 꾸며진 실내에 조용한 재즈가 흐르고, 10여 명의 직장인들이 연말 회식을 즐기고 있다. 배가 어느 정도 부른 탓인지 모두들 음식보다는 레드와인, 화이트와인을 제각기 즐기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한쪽 구석 테이블. 30대로 보이는 두 여성이 앉아 있다. 한 명은 짧은 머리를 뒤로 묶었고, 다른 한 명은 긴 머리를 늘어뜨렸다.

"사람이 좀 변하는 구석이 있어야 하지 않아? 어떻게 저기 김대리는 맨날 그 모양이야! 변할 구석이 안 보여!"


그녀들이 앉은 반대편 코너에서는 40대로 보이는 여자 상사가 같은 김대리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사람이 뚝심 있게 변치 않고 밀어붙이는 면이 있어야 하는데, 김대리가 딱 그래. 정말 대단해!"


나는 잠시 와인 잔을 내려놓고 생각에 잠겼다.


같은 사람, 같은 행동에 대한 정반대의 이해. 한쪽에서는 '고집불통'이고, 다른 쪽에서는 '뚝심 있는 원칙주의자'. 누가 맞는 걸까? 아니, 애초에 맞고 틀림이 있는 걸까?


문득 떠오르는 사실은, 나 역시 누군가에게는 '너무 신중한 사람'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우유부단한 사람'일 거라는 사실이다. 나는 스스로를 '신중하다'라고 여기고 있지만, 그것도 결국 나만의 관점일 뿐이다.


우리는 언제부터 한 사람을 하나의 프레임으로만 보려 했을까? 마치 복잡한 인간을 단순한 라벨로 정리해야 안심이 되는 것처럼. '저 사람은 이런 사람이야'라고 규정짓는 순간, 우리는 그 사람의 다른 면들을 보지 못하게 된다.


김대리는 지금 어떤 기분일까? 자신에 대한 상반된 이해를 동시에 듣고 있다면, 과연 어떤 생각을 할까? 혹시 자신도 어느 쪽이 진짜 자신인지 헷갈리고 있을까?


재즈가 흐르는 와인바의 따뜻한 조명 아래서 벌어지는 이 작은 드라마를 보며, 나는 하나의 깨달음을 얻는다. 우리가 보는 것은 그 사람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착용한 '관점'이라는 렌즈를 통해 굴절된 모습일 뿐이라는 것을. 6이 9로 보이는 것 처럼.


완전한 이해는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아니 오히려 존재하지 않는 것을 우리가 억지로 껴 맞추고 싶어 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다른 관점이 존재한다는 걸 인정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세상은 조금 더 너그러운 곳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눈은 여전히 내리고 있고, 와인바 안은 여전히 따뜻하다. 그리고 김대리는 여전히... 김대리다. 다만 이제 나는 안다. 그 '여전함' 속에도 수많은 다른 면들이 숨어 있다는 것을.


T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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