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자, 오늘은 토마토를 준비해 주세요.”
이 말이 들리는 순간, 수업에 참여한 사람들의 표정은 반쯤 의아하고 반쯤 은 호기심에 찼다.
대체 마음 회복력 수업에서 방울토마토가 왜 필요하단 말인가?
하지만 이 작고 동그란 열매는,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무의식적으로’
삼키고 있는지를 가만히 일깨워 주었다.
방울토마토 하나를 손에 쥐고 우리는 관찰했다.
껍질의 질감, 토마토 꼭지에서 풍기는 향,
혀에 올려놓았을 때의 온도, 침이 고이는 시간,
꾹 눌렀을 때 터지는 과즙의 느낌,
그리고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과육의 느낌까지!
단 한 알의 토마토를 이렇게 천천히, 이렇게 온전히 느껴본 적이 있었던가?
익숙한 대상이 낯설게 느껴질 만큼, 감각은 우리가 깨어 있음을 요구했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음식에서 끝나지 않았다.
우리가 감정도 이런 식으로 씹고, 삼키고, 소화할 수 있다면 어땠을까?
감정도 ‘소화시간’이 필요하다
많은 이들이 말한다.
“그냥 넘겼어요.”
“말해봤자 소용없을 것 같아서요.”
“화를 내면 불편해질까봐 참았죠.”
이런 말들로 짜증, 분노, 서운함, 억울함, 먹먹함 같은 감정들은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다.
제대로 느끼기도 전에 꾹꾹 눌러 삼킨 감정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몸 어딘가에, 특히 위장과 가슴, 목과 어깨 같은 부위에 ‘응어리’처럼 남아
나도 모르게 다시 고개를 든다. 소화되지 않은 감정은 몸에 흔적을 남긴다.
한 내담자는 말했다.
“퇴근 시간에 일을 주고 재촉하더라고요.
그 순간, 짜증이 확 밀려왔어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위에서 하라고 하면 참고해야 줘.”
그때 나는 물었다.
“그 상황을 다시 떠올리면, 몸이 어떻게 반응하나요?”
“심장이 두근거리고, 쪼이는 느낌이 들어요. 아랫배도 살짝 뭉치는 듯 하고요.”
우리는 함께 호흡을 했다.
“그 쪼이는 부위에 친절하게 호흡을 보내 볼게요.
‘심장이 두근거리는 걸 알고 있어. 내가 곁에 있어 줄게.’
라는 말을 들려드리며 천천히 호흡해 보았죠.
그녀는 한숨을 쉬며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그 말, 믿지 않아요. 곁에 있어주겠다는 말이요.
‘늘 외면했잖아!’ 내면의 소리가 강렬하게 들리더라고요."
그 말은 내게 진한 여운을 주었다.
감정을 소화하는 데 필요한 것은 단지 기술이 아니라
내가 나를 믿고 기다려주는 따뜻한 태도임을 다시금 실감했다.
<오늘의 몸 소리 듣기 4 — 감정을 천천히 씹는 3단계 명상법>
우리는 감정을 너무 빨리 ‘넘기려’ 한다.
화가 났지만 바로 참아버리고, 서운하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넘긴다.
하지만 몸은 알고 있다. 소화되지 않은 감정은 위에서 체한다는 것을.
그러니 이제는 감정을 입에 올려 놓듯, 혀로 굴려 보듯,
조금 더 천천히 느껴보자.
감정이 찜찜하게 남아 있다면 찜찜함으로만 인식하기보다
‘소화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신호구나.’ 생각해 보면 좋겠다.
다음은 감정 명상의 기본적인 흐름이다.
토마토를 테이스팅하듯, 감정도 테이스팅해 보자.
1. 감정 고르기
요즘 가장 자주 느끼는 감정을 2~3개 떠올려 봅니다.
예: 짜증남, 서운함, 먹먹함
2. 몸의 감각으로 감정을 읽기
Q.그 감정을 떠올릴 때, 몸은 어디에서 반응하나요?
심장이 두근거리나요?
눈이 뻑뻑하거나 목이 뻣뻣해지나요?
그 감각을 억누르지 말고 조용히 관찰해 봅니다.
비난하지 말고, 분석하지도 말고,
그저 풍경을 보듯 바라봅니다.호흡과 함께.
3. 감정에 친절한 호흡 보내기
반응하는 부위에 호흡을 보내듯
‘내가 여기에 있어 줄게’ 라는 마음으로
그 감정을 감싸듯 호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