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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풀잎 Aug 17. 2019

고양이를 기르면서 부모의 마음을 조금 느끼는 이유

1년동안 폭풍성장한 고양이.

2개월된 고양이(왼쪽)와 1년 6개월된 고양이가 애교를 부리고 있다. 애교부리는건 시간이 지나도 똑같다.

고양이는 너무 작고 약하다. 고양이가 가끔 내 팔을 물 때, 나는 고양이의 목덜미를 잡는다. 그리고 혼내는데 고양이는 겁을 잔뜩 집어먹는다. 만약에 내가 손에 힘을 더줘서 목덜미를 아주 세게 잡으면 고양이 목은 부러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고양이는 정말 자그맣다. 정말 작고 약한 존재다. 나는 그에 비해 아주 크고 힘이 세다. 


이 작은 아이가 계속 잘 살 수 있기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내가 보여주는 사랑과 내 책임감이다. 내가 그것을 저버리면 고양이에게는 정말 큰일이 나는 것이다. 이것은 갓 태어난 아이에게도 해당되는 것일 테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갓난아이는 어른이될 때까지 자라야 하는데, 그 성장과정에서 부모가 사랑과 책임을 저버리면 아이는 죽거나 제대로 성장할 수 없을 것이다. 


2개월 된 고양이(왼쪽)와 1년 6개월 된 고양이(오른쪽). 이 포즈는 시간이 지나도 똑같이 취한다.

고양이는 나에게 자주 안겨온다. 나는 의자에 앉아서 노트북을 하는데 고양이는 하루에도 몇번씩 내 무릎위로 올라온다. 그리고는 쓰다듬어달라고 한다. 쓰다듬으면 골골댄다. 내게 안겨서 만족한다는 의미로 골골대고 있는 모습을 보면, 내가 꼭 이 고양이의 부모가 된 느낌이 든다. 귀엽고 사랑스럽고 어떤 안쓰러움이 느껴진다. 


밥을 주는 것도, 물을 주는 것도 화장실을 치워주는 것도 내가 한다. 이것도 고양이에게 필수적이니까. 나는 부모가 된 적도 없지만 어떤 존재를 책임진다는 것을 아주 조금은 알 것 같다. 아주 연약하고 작은 존재가 성장하는 것을 돕는 것. 그리고 그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것이 소중하다는 것을 아주 조금 알 것 같다. 


1년6개월 고양이가 누워있다(윈쪽), 2개월된 고양이가 자고 있다. 눕는 모양도 똑같다.

고양이는 물론 계속 고양이로 남을 것이다. 인간은 다르다. 인간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란다. 아이에서 자라난 성인은 한 명의 몫을 해내게 되고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그것을 아주 어렸을 때부터 지켜보는 부모는, 어쩌면 자식을 그 존재 자체로 사랑하는 것을 넘어서, 자신의 시간을 다 넣은, 시간과 사랑을 다 넣은 존재로써, 그리고 또 자식이 살아갈 앞으로의 그 시간 그 자체를 사랑하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계속 행복을 빌어주는 것처럼. 


이런 말이 있다. 남자는 여자를 만나서 철이 들고, 여자는 아이를 낳고 철이든다는 말. 어쩌면 이 말은 남자는 자신이 지켜주고 싶은 여자를 만났기 때문에 책임감으로 인해 철이 드는 것이고, 여자는 자신이 낳은 아이를 지켜주려는 책임감에서 철이 든다는 말 같기도하다. 


2개월된 고양이가 1년6개월된 고양이로 이렇게 컸다. 눈색깔은 파랑색에서 노랑색이 됐고 색깔은 더 진해졌다.

고양이와 같이 살면서 내가 경험한 적 없는 부모가 된다는 것을 생각하는 것은 사실 우습다. 하지만 우습게도 고양이가 이만큼 많이 큰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언제 이렇게 많이 컸니, 정말 신기하다. 쑥쑥 크는구나"라고 말하면서 마치 고양이를 내가 키우고 기를 부모가 된 냥 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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