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머리의 늙고 마른

by 풀잎

흰 머리의 늙고 마른 그녀는

오늘도 담배를 뻑뻑 피우다가 더 주름지고 더 까매진 얼굴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속이 박박 타 들어가 벌겋게 타오르다

마침내 재가 된 가슴속을 무얼로 채울까 하다가

음식을 먹고 먹고 먹고

다시 게우고 게우고 게우고


음식을 먹고 먹고 게우고 게우던

스무살의 그녀는 단 한번의 결심을 하지 못해

60살이 되어서도 여전히 게워내고 있다


40년 동안 입안의 위산으로
이빨은 녹아 없어졌지만

그토록 원하던 비쩍 마른 몸을 가졌다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했던

어여쁘던 처녀였던 그녀는

유부남의 속삭임에 그녀의 가치를 결정해버리고

이별이라는 단 한번 결심을 하지 못해

60살이 되어서도 가정을 꾸리지 못했다


한 번의 결심이 없던 인생은

이어지고 이어져

흰 머리 그녀의 입에는 임플란트가

그리고 담배가 물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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