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물안개

by 풀잎

욕망하지마. 원하지마.

늙은 상담사는 측은하게 말한다. 슬픈 예수의 얼굴을 하고서는.

복수도, 절망도, 원망도, 거짓도 아니었다.

슬픔은 짙은 물안개로 빽빽이 공기를 채우다가

슬픈 예수의 얼굴을 한 상담사의 인자한 목소리가 닿자

투명해져갔다.

엄마는 줄 수 있는게 없었다. 자신의 살을 애써 깎아

여자의 입을 억지로 벌려 크게 한입 떠 넣어주려고 했다.


엄마의 살은 살이라기보다

거무튀튀한 가죽이기에

질기고 짜고 형편없어 여자의 입안은 헐고 까칠해졌다.

엄마는 말라 비틀어져갔다.

여자는 헐어버린 입천장과 퉁퉁 부은 입술을 하고서는

볼품없는 엄마에게 힘들게, 아주 힘들게 말했다.


여자의 입술은 찢어져 피가 흘렀고

표정은 이를데 없이 일그러졌지만 마침내 엄마의 행동을 만류할 용기를 냈다.

"엄마, 내게 그 살을 주지 마요. 대신 내가 엄마를 살 찌워줄게."

슬픈 예수는 더욱 크게 울었다.

예수가 떨어뜨리는 눈물에 빽빽한 물안개는 점점 옅어졌다.

물안개는 투명한 눈물이 돼

말라 비틀어진 엄마의 가죽피부와

퉁퉁부은 그녀의 입술 위에 흘러내려

피부를 아프게 적시고 돋아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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