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기 나는 모든 것에 흥미를 잃었다.
그토록 원하던 미디어과에 부푼 기대를 안고 진학했지만, 막상 가보니 그곳은 낙원이 아니었다. 자신만의 색깔을 뿜어내는 동기들 틈에서 나는 기가 눌렸다. 나는 그곳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평소에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영상 제작도 더 이상 내 길이 아닌 것 같았다.
동아리 활동도 마찬가지였다. 나름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 들어갔던 춤 동아리였다. 노래에 맞춰 몸을 움직이다 보면 기분도 나아질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몸은 따라주지 않았고, 집에 돌아오면 기운이 빠져 더욱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그러다 보니 연습에 빠지는 날이 늘어났다. 결국 발표회 날까지도 동작을 다 외우지 못했고, 나는 도망치듯 가지 않았다. 미안함과 수치심이 뒤섞였지만, 결국 회피하기를 선택했다.
들떠있던 학기 초와 다르게 사람을 만나는 것도 점점 힘들어졌다. 실제 감정과는 대비되는 표정을 짓고 리액션하다 보니 기가 빨렸다. 겉으로는 하하 호호 웃으면서 속으로 집에 갈 시간만 기다렸다.
집에 돌아와서 내 방문을 걸어 잠그면 그제야 숨을 쉴 수 있었다. 하루 종일 억지로 웃느라 긴장했던 입꼬리는 천천히 내려갔고, 마른 웃음으로 얼룩졌던 얼굴 위로 진짜 표정이 서서히 떠올랐다.
그러다 보니 점차 각종 모임에서도 멀어졌다. 내가 떠난 자리에서 여전히 웃고 있을 사람들을 떠올렸다. SNS에 올라오는 즐거운 표정의 얼굴들을 보며 괜스레 눈물을 떨궜다.
사람들에게 등을 돌린 건 나였지만, 막상 혼자가 되고 나니 너무나도 외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