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잠이 많은 편이었다. 베개에 머리만 대면 잠으로 곧장 떨어지는, 여러 번 흔들어 깨워야 가까스로 몸을 일으키는, 그런 사람. 침대에서 꼬무락거리다가 등교 시간에 맞추려면 전속력으로 뛰어야 했고, 시험 기간에는 잠과의 싸움이 공부보다 더 어렵게 느껴졌다.
어느 순간부터, 본래도 많던 잠이 더 많아졌다. 부닥친 문제를 피하려는 듯, 나는 이불속으로 파고들었다. 이불은 일상의 난관을 잠시 닫아두는 문이었다. 문제가 닥칠 때마다 나는 더 깊이 몸을 말아 잠으로 숨어들었다. 적어도 잠에 들어 있을 때만큼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되었으니까.
하지만 어느 날, 난 그 유일한 피난처마저 잃어버렸다. 어둠 속에 누워도 잠은 오지 않았다. 깜깜한 방에 혼자 누워 깨어 있는 시간은 고통스러웠다. 아무리 양을 세어도 눈꺼풀은 무거워지기는커녕, 머릿속 생각들은 더 선명해져만 갔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부정적 상상들은 어느새 작은 폭풍이 되어 방 안을 흔들었다.
회피조차 허락되지 않은 밤. 세상은 내게 너무나도 가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