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기세척기가 고장나다

네가 고생이 많다.

by 티니클

5년을 쓴 식기세척기가 쓰러졌다. 꺼지지도 않는 발작을 일으키며 누수 감지라는 본인이 가진 또 하나의 임무를 수행하며 주인이 무리하지 않게 섯부른 판단으로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않게 해주고 차단기를 내림으로써 잠시간 휴식을 강제하였다. 물건에 정이 간다는 것은 나의 일손을 덜어주고 그 시간을 주인에게 돌려줄 때 생기는 것 같다. 로봇청소기가 와이파이를 잡지 못해 이리저리 헤매고 있을 때 번쩍 들어 저리로 가라고 해주는 것과 같은 애쓰는 사물에 대한 측은지심이랄까? 물건을 오래쓰는 편이라 노후된 물건들이 저렇게 삐거덕 거릴 때면 무리한 금전적 기회비용을 요청하지 않는 한 고쳐서 쓰는 편이다. 이번주 금요일에는 주치의가 방문하여 녀석의 상태를 봐줄 것이다. 엔지니어로 부터 '어쩔 수 없어요.'를 듣기 싫어하는 데 다만 너의 그간의 고생이 허무하게 막을 내리지는 않기를 하는 바람이다.

내가 소유하거나 나와 함께 하는 사물이 평안했으면 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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