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이야기 1
저는 작은 시골 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처음엔 그저 엄마와 아빠의 텃밭 농사를 위한 작은 땅을 찾는 일이었습니다.
제가 기억하지 못하는 예전부터 이런저런 동네를 둘러보았다고 하는데, 인연이라는 것은 늘 그렇듯이 이곳은 가까이에서 별다른 고민 없이 우리 가족에게 찾아왔답니다.
몇 년째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 다 쓰러진 집 한 채와 온갖 잡초로 뒤덮여 입구에 들어가기도 어려웠던 곳이었는데 엄마랑 저는 여기를 처음 보자마자 너무 좋다며 한참을 둘러본 기억이 납니다.
그 터에 작고 아담한 한옥 집이 올라가고 소박해서 더 사랑스러운 텃밭을 만들고 온갖 풀들과 씨름하며 지낸 지 벌써 5년이 지났습니다.
마을 입구로 들어오는 길은 온통 논밭입니다. 이리 보면 논, 저리 보면 밭 그리고 그 뒤편으로는 높고 둥그란 산이 마을 전체를 둘러싸고 있습니다. 가끔 통장 아저씨가 산에서 멧돼지가 내려오니 대문 밖에 나오지 말라는 무서운 방송을 할 때도 있지만, 그것 마저도 여기 아니면 어디서 들어볼 수 있을까요. (실제로 멧돼지를 본 적은 아직 없습니다. 다행이지요.)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가는 논둑길을 들어오면 골목을 따라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여느 시골 마을이 그러하듯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많으시고, 집집마다 꽃과 나무 그리고 텃밭이 없는 곳이 없지요. 물론 아파트 베란다에서 잘 자라고 있는 화분 속의 식물들도 좋긴 하지만, 땅 속 깊이 뿌리를 내리고 튼튼하게 살아가는 식물들에 비할 수 없는 일입니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논밭을 보고 있으면 어르신들의 지혜는 과학이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답니다.
봄에는 호미로 땅 일구는 소리, 여름엔 풀 베는 소리, 가을에는 벼 타작하는 소리, 겨울에는 장작 타는 소리가 부지런히 들리니 아무리 게으른 저라도 계절 바뀌는 걸 모를 수가 없습니다.
어릴 때부터 자라온 이 도시 자체가 그렇습니다. 산과 바다는 푸르고, 높은 건물이라고 해봤자 요즘 지어지는 아파트들밖에 없으며, 걸어 다니면 더 많은 걸 볼 수 있어서 걷기에 그저 좋은 경주. 예전에는 몰랐던 사랑스러운 모습을 곳곳에서 보고, 그 안의 더 작은 마을에서 살고 있는 지금이 더할 나위 없이 평안하고 따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