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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줌 Oct 22. 2021

당신은 친절합니까?

저는 친절한 사람입니다

스토어팜을 운영 중인데 판매 리뷰가 하나둘 달리면서 상품에 대한 언급이 많지만 그다음으로 많은 리뷰가 '사장님 친절하시다'라는 댓글이었다.

처음에는 뭐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는데 친절하다는 리뷰가 점점 많아지면서 의아해졌다. 친절하면 친절하다 안 친절하면 불친절하다. 그것도 저것도 아니면 '친절'에 대한 언급이 없어야 하는데 내가 친절하다니..

나는 고객들과 '네이버 톡톡'이라는 채팅상담을 주로 하는데 묻는 말에 대답만 할 뿐 내가 생각하는 친절하다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친절해 보이는 대표주자 꺾새 두 개, '^^  ' 요런 눈웃음도 안 할 뿐더러 '♡' 하트 조차 하지 않는다.

내가 그럼에도 특별히 신경 쓰는 게 있다면 존댓말이고 그것 외에는 딱딱하기 그지없는 말투에 친절이라니..

그런 댓글을 감사하게 받아들여야 하지만 부담스럽기 시작했다. 주문하려는 분들이 분명 리뷰를 볼 텐데 보고 내가   '친절한 사람이다' 착각하면 어쩌지?


나의 무뚝뚝한 상담을 받고 '다른 사람한텐 친절하면서 나한테는 무례한데?'라고 느끼면 어떡하지? 안된다고 거절해서 싫어하면 어쩌지. 내가 좀 더 친절하게 바뀌어야 하는 건가?

순식간에 생각에 잠겼다.



'친절한 사람이란 어떤 사람인가?' 정의를 내려본 기억이 없어서 나의 어떤 모습에 고객들이 '친절하다' 말하는지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친절한 사람은 어떤 사람이기에.. 내 얼굴이 보이지 않으니 고객은 내가 예쁘게 웃으며 15도 각도로 인사하는 서비스계의 대가 호텔리어로 상상하는 건가?



실제로 나는 옷까지 불량인데. 자주 입는 찢어진 청바지에 컴퓨터 앞에 앉은 다리는 습관처럼 꼬여있다. 겉도 속도 애교가 많거나 살갑지가 않아서 아무래도 말투에서  전해질 테다. 그렇게 나는 '친절이 뭘까?'라는 의문을 풀고 있을 어느 날.


 그 해답을 찾았다.

내가 어떤 물건을 사려는데 물건을 판매자가 무례하기 짝이 없는 말투.

오 마이 갓. 고객들도 이 사람 저 사람 다 만나봤는데 파는 사람들 중에 그래도 내가 평범. 요즘은 손님이 왕인 시대가 아니니 서비스도 아니고 '내 물건 내가 팔아. 안 살려면 살아'라는 식의 태도에 비해 친절한 사람이라고 상향되었나 보다.


성적은 순서대로 매겨지는 게 싫으면서도 친절 순위에서는 절대평가가 아니라 상대평가라는 게 나쁘지만은 않다.

누군가와 비교되는 게 이럴 때는 좋구나.


나는 그렇게 조금은 어깨가 무거웠던 친절하다는 평에서 자유로워졌다. 누구에게 친절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구나. 그냥 타인에게 버릇없거나 무례하지만 않으면 된다라고 나는 그렇게 친절의 기준을 세웠다.


또 굳이 내 방식대로 내가 하던 데로 하면 되고 무례한 고객이 나에게 따지고 든다면 틀린 것은 틀렸다고 고객에게 할 말은 해도 된다. 친절하려고 애쓰지 말자 생각했다.

그이 유도 멀지 않은 어느 날 경험으로 느낄 수 있었다.

'어머. 진상 진상 뭐 이런 진상이 있나' 할 정도로 욕이 나오는 고객을 만난 것. 나중에 알게 됐는데 그 사람의 직업은 서비스업을 하는 사람이었다. 스튜디오에서 아이의 사진을 찍고 웃게 하는 직업. 예민한 아이와 특별한 날이라 조금 더 까칠하고 섬세해진 사람들을 만나서 일까? 자신이 고객으로 바뀌니 가차 없이 배려보다 쓴소리를 날린다.


아무리 읽어봐도 평범하고 평범한 대화 속에 막무가내로 화를 내는 연유를 찾을 수없어 남편에게 하소연하는데 우리가 찾은 결론은 화풀이 '상대가 필요했나 보다'였다

사람의 감정 주머니는 화나 미움을 담으면 조금씩 퍼서 소비를 하거나  방어를 해야 하는데 오롯이 받기만 하다 쌓이면 폭탄 터지듯 어느 순간 터져버린다.

결국 누구에게 뭣하나 잘하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감정 조절 잘해서 가까운 상대든 모르는 상대든 남한테 못하지만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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