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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설가 김서령 Jan 03. 2022

[우주는 일곱 살] ep.94_토끼와 범죄자의 하루



내 오랜 로망 중 하나는 딸과 함께 해 잘 드는 카페 테라스에 나른하게 앉아 책을 읽는 거였는데, 생각보다 일찍 그런 비슷한 광경이 연출되기는 했으나 테라스 카페도 아니고 동네 프랜차이즈 커피숍이고, 마스크도 끼고 앉긴 했다. 그래도 요즘 우주가 제일 좋아하는 일 중 하나가 같이 책 보러 카페엘 가는 거다.   

   

오늘도 <안녕, 전우치?>를 들고 우주는 동네 카페엘 갔는데 만화가 하도 재미있어 그만 장래희망이 순식간에 만화가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당장 집에 가서 만화를 그리자며 가방을 챙겼다. 별수 없이 돌아와 아이패드를 줬다.

      

우주는 토끼와 범죄자와 경찰을 그렸다.     


"제목은 <토끼와 범죄자의 하루>야. 제목에 경찰도 넣고 싶은데 그러면 제목이 너무 길어져. 무슨 내용이나면 범죄자가 토끼를 훔치려고 해. 그런데 실패를 해. 그래서 다시 한번 훔치려고 하다가 경찰한테 잡히거든? 왜 훔치는지는 앞에 나오면 안 되지. 무슨 얘기든 앞에서 다 말하면 재미가 없잖아. 그래서 그건 맨 뒤에 쓸 거야. 에필로그에 쓸 거야. 토끼는 범죄자를 잡을 수 있도록 경찰을 도와줘. 경찰이 범죄자를 잡으려고 할 때 수갑을 들어주거든. 그래서 에필로그 바로 앞장에서 토끼는 경찰 뱃지를 받게 돼. 경찰을 도왔으니까. 재밌을 거 같애? 이거 넷플릭스 드라마로 만들 수 있을까?"     


그렇다. 딸은 엄마를 닮는다. 

자식 먼 데서 안 온다는 말이 맞았다. 그 유전자 어디 안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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