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설가 김서령 Jan 03. 2022

[우주는 일곱 살] ep.95_할머니와 소금



동생이 전화를 걸어와 씩씩거렸다.    

  

동생: 내가 진짜 몬살겠다. 직원 장모님이 돌아가셨는데 문상을 간다니까 가지 말라고, 가지 말라고, 코로나가 난리도 아닌데 어딜 가냐고 아주 나를 달달달달 볶아치는 거라.

나: 누가?

동생: 누구긴 누구야? 엄마지. 사람들하고 장례식장 있는데 계속 전화를 걸고, 또 걸고, 또 걸어가지고, 제발 나중에 얘기하자고 끊고 끊고 또 끊고..... 내가 나이가 몇이고? 이제 은행엔 내 위론 사람도 별로 없어. 나도 이제 윗대가리야. 갈 자리엔 가야할 거 아이가? 진짜 엄마는 나이가 들수록 더한다, 더해. 내 몬 살겠다. 

나: 하루이틀 일도 아니고.

동생: 그래가지고 내가 애 데리러 엄마 집에 지금 왔는데 엄마가 뭘 했는지 아나? 내 차에 소금을 뿌맀따. 소금을! 와, 진짜 이게 믿어지나? 딸 차에다 소금 뿌리는 엄마, 니 들어는 봤나? 와, 진짜. 창문 열어놨는데 소금을 뿌리가 차 엉망 되뿌고 내 지금 돌아뿌리겠다!     


이걸 스피커폰으로 들은 우주가 너무 놀라서,     


우주: 이모! 전화 좀 끊어봐. 나 할머니한테 전화할래. 왜 소금을 뿌렸는지 물어보고 싶어! 와, 진짜 할머니가 왜 소금을 뿌렸지?     


우주는 다다다다 할머니한테 전화를 걸었다.      


우주: 할머니! 할머니! 왜 이모 차에 소금을 뿌렸어요? 왜요? 왜요?     


할머니는 떠듬떠듬, 그게 아니고, 할머니가 이모를 사랑해서, 이모 차가 예뻐서, 떠듬떠듬.



작가의 이전글 [우주는 일곱 살] ep.94_토끼와 범죄자의 하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