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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설가 김서령 Jun 26. 2023

내가 배지윤이야

“뭔 소리야? 연정엘 온다고? 아예?”

경자 씨는 버럭 소리부터 질렀다.

“응.”

“니가 왜? 나 죽는 꼴 보려고?”

“별말씀을 다 하셔. 내가 왜 엄마 죽는 꼴을 봐?”

“빨래방 할 거야? 너 그거, 만만한 거 아냐. 은주가 얼마나 개고생을 하는 줄 알아?”

“빨래방 말고.”

“그럼?”

“사업할 거야.”

“놀고 있네. 사업은 아무나 해?”

“엄마.”

“왜?”

“내가 누구야? 나 엄마 딸이야. 둘째.”

지윤은 까르르 웃었다.

“나 연정 내려가서 주택 리모델링 회사 차릴 거야. 그래서 우리 동네 집 내가 다 고쳐줄 거야. 완전 이쁘게, 완전 세련되게!”

“미친년……” 

“나 리모델링 공부 엄청 했어. 내가 보통 년 아니란 건 알지? 어차피 우리 동네 아줌마들 딴 동네 이사도 못 가. 그 집 팔아 얼마 나온다고. 아파트 못 가. 돌아가실 때까지 살아야지. 그렇다고 막사나? 담들 다 무너질 판이지? 대문들 다 삭았지? 발로 빵 차면 우수수 녹들이 막 떨어지지 않아? 그거 다 고치고 살아야 해. 마당엔 잔디 이쁘게 깔아줄게. 그 좁아터진 곳에 감나무가 뭐고 전나무가 웬 말이야? 다 베어내고 제라늄이랑 라벤더 심어드릴게. 흉하게 살면 자식들도 안 놀러 와. 내가 연정 내려가서 3년 안에 우리 동네 집들 3분의 1을 고쳐놓을 거야. 그리고 서울 복귀할 거야. 어때? 괜찮지?”     

경자 씨도 경자 씨였지만 지윤의 오빠네도 지윤을 반기지 않았다. 올케는 신경이 바짝 곤두서 있었다.

“그래, 어머닌 이제 반지 봐주시겠지. 내가 급한 일 있을 때마다 우리 애들, 어머니가 봐주셨는데, 이제 그런 거 안 되겠지. 넌 일하고 난 노는 사람이니까. 노는 사람이 어디 애를 맡겨. 그런 거 안 되겠지. 좋아, 다 인정하겠어. 그런데 지윤아. 너 일한다고, 반지 나한테까지 덥석덥석 맡기진 않았으면 좋겠어. 나 많이 야박하니? 너 연정 온다는 소식에 이 걱정부터 하는 내가 못돼 보이니?”

아는데, 올케 마음 다 아는데 서운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다.

“반지, 다 컸어요. 언니한테까지 맡기는 일은 없을 거예요. 언니 살던 거, 방해하지 않게 저도 노력할게요.”

그런 말밖에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오빠 지석에게는 정말 화가 치밀었다.

“오빠 진짜 웃긴다?”

지윤은 코웃음을 쳤다. 

“지금 웃기는 건 너거든?”

지석도 지지 않았다.

“그 집이 어떤 집인데 니가 마음대로 들어오니 마니 해?”

“내가 공짜로 들어가겠대? 전세금 시세대로 주고 들어갈 거야.”

휴대폰 너머로 허허, 지석의 헛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니까. 왜 전세금을 니 마음대로 정하고, 니 마음대로 입주를 결정하시냐고요? 그게 누구 집인데?”

지윤은 지석보다 더 크게 헛웃음 소리를 날렸다.

“설마, 그게 오빠 집이라는 말을 하려는 거야?”

놀고 있네, 라는 소리까지는 차마 덧붙이지 못했다. 

연정으로 곧 내려가겠다는 이야기를 경자 씨에게 하면서 지윤은 10년 치 욕을 한 번에 다 얻어먹었다. 이해 못 할 일이 아니어서 지윤은 잠자코 다 들었다. 느물느물 웃는 편이 나았다. 잘난 둘째 두었다고 어디 가서 기도 잘 죽지 않는 경자 씨였다. 그 둘째가 이혼을 하고선 딸 하나 데리고 고향엘 내려온다니 경자 씨로선 애가 터질 지경이었을 것이다. 

연정에서 주택 리모델링 사업을 하겠다고, 파트너 몇 명과 함께 갈 거라고, 3년 안에 성공시키고 서울로 도로 돌아가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그러니 그 빈집을 잠깐 빌려달라고 했다. 물론 전세금도 치르겠다고. 겨우겨우 경자 씨를 설득해놓았더니 이제 지석이 이 난리다.

심보가 빤했다. 이러다가 지윤이 덜컥 연정에 눌러앉아 버리면, 약속대로 3년 만에 돌아가지 않는다면 집을 비워달랄 수도 없고 어영부영 지윤의 손에 집이 넘어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것이었다. 돈 한 푼 안 들이고 집을 꿀꺽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인생이 꼬이고 있다는 생각이 든 거겠지. 

동네에 빈집은 널리고 널렸지만 다른 곳으로 갈 수는 없었다. 지윤이 하려는 일은 오래된 주택 리모델링이었고, 그러려면 가장 먼저 샘플하우스를 만들어야 했다.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눈길을 확 사로잡을 만한 다정하고 아담하고 예쁜 집. 다른 빈집을 얻은 다음 생돈 들여 고치는 건 예산 낭비였다. 

그렇다고 경자 씨에게 지석의 분탕질을 고해바칠 수는 없었다. 그랬다간 경자 씨 성질에 확 다 뒤엎어버릴 테고 향후 몇 년간 연정에 내려갈 생각일랑 접어야 했다. 

“정 그럴 거면 니가 그 집을 사든가.”

꼭지가 돌아버렸다.

“내가 그 집을 산다 해도 오빠한테 돈 줄 일은 없어. 그거 엄마 거거든! 돈을 줘도 엄마한테 줄 거거든!”

“야! 그 집은 엄연한 내 집이야. 일종의, 그러니까, 미리 받은 유산 같은 거?”

“놀고 있네!”

결국 놀고 있네,가 나와버렸다. 이 한심한 남매 같으니라고. 엄마한테 이 꼬락서니를 들키면 모든 게 쫑날 게 빤한데. 이 생각 없는 오빠놈이 엄마에게 알아서 일러바치고, 둘 다 망하는 꼴이 생길까 봐 지윤은 조마조마했다. 그러고도 남을 놈이었다.      

조카에게 작아진 옷들을 반지를 위해 챙겨뒀다더니, 연두는 옷 가방 없이 비닐봉지에 캔맥주만 가득 담아 지윤의 집에 들어섰다. 소파에서 놀다 잠든 반지를 달랑 들어 침대에다 눕히고 나온 연두가 말했다.

“무슨 애가 이렇게 쑥쑥 크냐? 무거워서 이제 못 안겠어.”

“안아주지 않아도 돼. 깨워서 궁뎅이 툭툭 치며 들어가라고 하면 알아서 들어가.”

연두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무슨 소리. 원래 이모란 게 조카 안아주라고 있는 사람인데.”

연두는 뻐근한 팔을 주물렀다.  

“치킨 시켜줘. 매운 거 말고.”

연두의 주문에 지윤은 동네 치킨집에 전화를 걸었다.

“1인1닭이라는 걸 잊지 말아줬으면 해!”

두 마리를 시켰다. 

“남기기만 해봐!” 

“은규까지 간다고? 연정 가서 동창회 할 거야?”

“그렇게 됐어. 어쩌다 보니. 아직 은규는 안 만나봤어. 곧 봐야지.”

“이혼녀, 비혼녀 우르르 끌고 내려가면 니네 엄마 퍽도 좋아하시겠다?”

지윤도 낄낄낄 웃었다. 

학부 시절, 방학만 되면 동기들을 데리고 연정엘 갔다. 근처 바닷가에 지윤의 아버지 상태 씨가 텐트를 쳐주거나 가까운 민박집을 잡아주고, 경자 씨는 들통에 생닭 서너 마리를 넣어 부르스타와 함께 가져다주었다. 그때야 어리니까 그런 대접이 가능했지, 이제 와 그 멤버 그대로 연정엘 가면 있는 대로 욕을 퍼부을지 몰랐다. 망할 년들, 헛똑똑이 년들, 남들 다 멀쩡하게 사는데 니들이 뭐가 부족해서 시집도 안 가고, 이혼하고, 또 그런 꼴로 몰려다니냐고 버럭버럭 성질을 낼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닭곰탕을 해다 주고, 겉절이를 해다 주겠지만.

연두는 닭다리를 입에 물고 노트를 꺼냈다. 반지가 잠에서 깰까 봐 둘은 목소리를 나직하게 낮추었다.

“은규는 집 혼자 쓰겠다고?”

“응, 주영이한테 그랬나 봐. 혼자 쓰고 싶다고.” 

“그럼 니네 오빠 집은 방이 세 개…… 너 하나, 반지 하나 쓰고 작은방 하나는 드레스룸 쓰는 게 제일 좋기는 하겠네.”

지윤이 대충 그려준 도면에 연두가 슥슥 메모를 하기 시작했다. 

“뒤란이 넓어. 옛날식 집이라. 뒤란 막아서 드레스룸 따로 만들고 방 하나는 터서 거실 넓혔으면 하는데.”

연두가 곰곰 고민했다.

“뒤란이면 습기 찰 수도 있는데. 그건 직접 보고 결정해야겠네, 뭐.”

지윤이 끄덕였다.

“집 더 구한다는 건 결정됐어?”

“엄마가 곧 연락 준댔는데, 그 동네 집들이 거의 구조가 같아. 비슷비슷.”

“그래?”

연두가 볼펜으로 정수리를 긁었다. 그러면서 중얼거렸다.

“난 솔직히 주영이랑 한집 쓰기 싫은데.”

지윤의 눈이 동그래졌다.

“무슨 소리야?”

“너 알지? 3학년 때 나랑 만나던 컴공과 애…… 주영이가 걔랑 잤다? 미친…… 아무리 나랑 끝난 이후라지만 진짜 웃기지 않냐? 나 그 문제로 사실 아직 주영이한테 꽁한 거 많아.”

바닥에 엎드려 노트에 끼적이고 있는 연두에게 지윤이 바짝 다가가 앉았다.

“아니, 그래서? 너 연정 갈 거야? 우리랑 갈 거야?”

굉장히 뜬금없다는 얼굴로 연두가 일어나 앉았다.

“나 없이 가려고 했어? 니들이 집수리에 대해 뭘 안다고? 개뿔도 모르면서 인부 아저씨들 인건비만 대충 챙겨주면 되는 건 줄 알아?”

“갈 거야? 진짜?”

지윤은 꺄아악,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연두는 점점 더 거만해졌다.

“야, 배지윤. 너 내가 누군지 알아? 나 왕연두야. 내가 인테리어 해준 고객들, 나만 보면 껌벅 죽어. 연정주택단지? 야, 그거 나한텐 껌이거든? 난 이제 연정의 레전드가 되려고. 폼 나지 않냐?”

옷 가방을 들고 오지 않은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연정으로 바로 들고 갈 생각이었구나. 이삿짐에 넣어서.     

“살짝 문제가 있긴 해.”

주영이 속살거렸다.

“뭐가?”

“아니,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은규 멀쩡했거든. 근데 그새 남친이랑 깨졌나 봐. 약간 돌아있는 상태야.”

미치겠군. 각오를 단단히 하고 지윤은 은규와 주영을 만나러 갔다. 한낮, 널따란 마루식 낙지볶음집에서 은규는 소주를 홀짝이고 있었다. 구겨진 냅킨이 테이블 위를 뒹구는 걸 보아하니 이미 몇 번 울어젖힌 모양이었다. 

“아주 열정이 꺼지지가 않는구나. 이 나이에도 너는 연애가 되니?”

지윤이 방석을 가져와 앉으며 물었다. 5년 만에 만나는 친구에게 인사말로 할 소리는 아니었지만. 은규는 그렁그렁 눈물이 들어찬 눈을 들어 지윤에게 겨우 목소리를 냈다.

“거기, 연정…… 공기는 좋아?”

주영에게 다 전해 들었을 은규의 첫 질문이 고작 그랬다. 예상 수익률이라든가 초기자금 규모 따위를 물어봐 주었으면 좋았을걸. 혈압이 올랐지만 두어 번 허벅지에 힘을 꽉 주고 참아냈다.

“연정도 미세먼지 있어. 코로나도 있고. 여기랑 다르지 않아. 그리고 우리가 뭐…… 요양하러 가는 건 아니잖아? 뭘 그런 걸 묻고 그래? 너도 참.”

지윤은 하하하하, 소리내어 웃었다. 욕이 나올까 봐 차라리 웃은 거였다. 주영이 공연히 눈치를 보았다.

“난 요양 겸 가는 건데?”

여전히 뻔뻔하고 대책 없다, 은규는.

은규가 다시 물었다.

“그럼 난 거기서 뭘 해?”

지윤은 다시 하하하하하, 웃었다.

“그건 니가 찾아야지. 주영이가 한참 설명해줬지? 그러니까 그중에서 니가 무얼 할 수 있을는지, 니가 찾아서 우리한테 말해줘야지. 그치, 강은규?”

“그렇구나…… 어렵네.”

답답하기 짝이 없었다. 지윤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주영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얠 데려가자는 걸까?

“나, 집 혼자 쓸 거란 얘기 들었지?”

은규의 말에 지윤이 끄덕였다.

“혹시 거기서…… 사랑에 빠질지도 모르잖아. 딴 사람이랑 같이 살면 불편해서 안 돼. 집에 데려가지도 못하고.”

주영이 차분하게 대답했다. 

“집 혼자 쓰는 건 아무도 안 말리는데, 사랑은 좀 그만해. 너 너무 많이 했어. 쉴 때도 됐어.”

지윤도 동의했다.

“그래, 나머지 사랑은 다음 생에 하자. 거의 20년 동안 사랑만 했잖아. 어우 야, 그러다 뼈 삭아.”

은규가 그렁그렁한 눈으로 말했다.

“하필…… 새롭게 살려고 마음 먹었을 때 그 새끼가 나한테 엿을 먹여가지고…… 김 새게……”

주영이 은규를 달래며 발랄한 목소리를 냈다.

“강은규, 너 나 믿지? 나 박주영이야. 나 깡 하나로 지금까지 살아온 사람이야. 너 엿 먹이는 놈들 앞으로 내가 다 잡아조질게. 나 믿고 연정 가자. 그리고…… 도배 꼭 배우고.”

도배. 그래, 은규는 도배라도 가르치자. 잘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지윤은 마음먹었다. 

“그런 거, 슬픈 것도 아니야. 정말 슬픈 건…… 이거보다 훨씬 더 지독하다?”

주영은 따뜻한 목소리로 은규의 어깨를 토닥였다. 지윤은 들키지 않게 한숨을 쉬었다. 이게 정말 뭐람. 오후 늦게 연두가 오기 전 상황을 말끔히 정리해야 했다. 이 한심한 꼬락서니를 본다면 연두가 연정에 안 가겠다고 할지 몰랐다.     

숙취해소제를 먹여 은규 술을 대충 깨운 뒤 연두와 약속한 장소로 옮겨갔다. 드디어 네 명 모두가 모이는 자리였다. 지윤은 가슴이 뛰었다. 

재건축이 물 건너간 동네에서 전셋집을 얻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게다가 집수리를 알아서 다 하겠다는 세입자들이 나타나자 동네 사람들은 너도나도 경자 씨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나, 아들네 가서 애들 봐줄 거야. 집 비워놓고 가려니까 영 찜찜했는데, 내가 전세 싸게 줄게, 응?”

마침맞게 지윤이 들어갈 집과 한 골목이었다. 아담한 골목 내에 두 집 예쁘게 고쳐 샘플하우스로 쓰면 그보다 좋을 게 없었다. 당장은 수리에 들어가야 하니 원룸 두 채를 단기로 세내기로 했다. 한집당 수리 비용이 3천만 원을 넘어서도 안 되었다. 

“어르신들이 수리 비용 많이 안 써. 우리 집들을 3천만 원으로 잡고 싹 고치고, 그다음 마이너스 옵션으로 영업 뛰어야 해. 무슨 말인지 알겠지?”

지윤의 말에 연두는 더 기세등등해졌다.

“내가 3천만 원의 기적이 뭔지 보여주겠어. 니들 기절하지만 마.”

지윤이 부탁할 일은 하나 더 있었다.

“사업자등록은 모두 공동대표로 들어가겠지만, 명함엔 나를 대표로 해줘. 배지윤 사장, 해줘.”

주영이 눈을 끔벅거렸다.

“대표 욕심이 있었어? 자리 욕심이 있었던 거야?”

“그게 아니라……”

지윤이 배시시 웃었다.

“사장도 아니면서 이 꼬락서니로 연정 내려가면 우리 엄마 나를 죽일지도 모르잖아. 한 번만 봐줘. 이해하지?”

다들 네네, 사장님! 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까짓 그게 뭐라고. 그래서 골뱅이무침과 맥줏값은 배지윤 사장이 내기로 했다.

“잘할 수 있지, 은규야?”

 지윤은 은규에게 물었다. 술이 깬 은규가 살짝 수줍은 듯 웃었다.

돌이켜보니 지윤도, 주영도, 연두도 똑같은 말을 했다. 

내가 누구야? 나, 배지윤이야! 

나, 믿지? 나, 박주영이야! 

너, 내가 누군지 알아? 나, 왕연두야! 

은규만 그 말을 하지 않았다. 

가진 건 개뿔도 없으면서 맨날 배포만 큰 친구들. 잘하고 있는 건가? 이게 맞는 길인가? 싶다가도 그 말들을 떠올리면 웃음이 풀풀 나며 기운이 올랐다. 아니, 배지윤과 박주영과 왕연두인데 더 뭐가 필요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순식간에 슬픈 것들을 사소하게 만들어버리는 능력. 타고난 재능인지 살다 보니 저절로 깨달아버린 생존본능인지 몰라도 효과는 대단했다. 그런데 은규까지 같은 말을 한다면 그건 또라이지. 

은규가 가만가만 말했다.

“그런데 지윤아.”

“응?”

“너는 잘 모르겠지만…… 나를 오래 안 봐서 잘 모르겠지만…… 나, 마음 단단히 먹고 덤비면 뭐든 잘한다? 나, 넉 달 공부해서 미대 간 애야. 그리고 스물일곱에 대한민국을 들썩들썩하게 만든 작가야. 아주 많이 쉬었지만, 그래서 지금은 좀 한심해 보이겠지만 알고 보면 나 대단한 애야.”

“알겠어. 충분히 알겠어.”

얘도 또라이가 되려나.

“지윤아, 잊지 마. 나…… 강은규야.”

“그래! 알겠다고! 너 강은규라고!”

기가 막혀 지윤은 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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