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난쟁이를 키우지만,
온종일 아기를 보다가 겨우 재우고 깊은 밤이 되어도
머리통이 땅으로 꺼지는
기분 좋은 나른함을 느껴본 적이
아직 없다.
그건 일을 끝내고 난 후에만,
정말 일,
말 그대로 일,
밥을 버는 일에서만
느낄 수 있는 나른함이었던 거다.
아기를 맡기고 나와
바짝 집중해서 일했다.
고작 몇 시간.
정말 우스울 정도의 몇 시간.
그러고 나니 배가 고프다.
밥을 먹어도 될 것 같은,
안도감이 든다.
밥을 벌었으니까 밥을 먹어도 될 것 같은
참 요상하고 껄끄러운 기분이다.
요즘은 내 일상은,
아침에 일어나 아기 밥을 먹이고
잠자리를 정리하고
청소기를 돌리고
밥을 하고
커피를 끓이고
아기를 보고.
그 와중에 배가 고프면 화가 났는데.
나는 그러니까,
내 일상을 스스로 하찮게 여겼었나 보다.
그래서 좀 쓸쓸하고 외로웠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