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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설가 김서령 Jan 03. 2022

[우주는 네 살] ep.27_인테리어 파괴범들



나는 우주가 무얼 좋아하는지 안다. 


그건, 우주가 내 딸이어서가 아니라 평범한 아기이기 때문이다. 

우주는 내가 그랬듯 핑크색을 좋아하는 아기로 자라는 중이고, 엄마와 똑같은 물건을 갖고 싶어하는 아기다. 


엄마와 똑같은 잠옷을 입었을 때 좋아서 팔짝팔짝 뛰고 엄마 가방과 제 가방이 비슷할 때 또 팔짝팔짝 뛴다. 엄마의 립스틱을 발라보고 싶어서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드라이어에서 나오는 바람은 시끄러워서 싫지만 그래도 입 꾹 다물고 견딘다. 드라이어란 왠지 멋져 보이니까 말이다. 


눌러 짜는 썬크림 대신 팩트로 나온 썬블록을 사주었더니 신이 났다. 매일 만져보고 열어보고 얼굴에 두드리는 흉내를 낸다. 백화점엘 가면 무얼 사달라 조르는 편이 아니지만 목걸이만큼은 사고 싶어 죽을 지경이다. 우주의 가방 안에는 어디서 주워 담았는지 꼬질꼬질한 플라스틱 반지도 한주먹이다. 


나도 그랬다. 나도 평범한 아기였고 우주도 평범한 아기다. 

그래서 나는 우주가 무얼 좋아하는지 다 안다.     


콩순이 화장대를 처음 보고 저 유치뽕짝 화장대를 진정 사주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점점 구제불능으로 망가져가는 집구석 인테리어를 끝끝내 저 핑크색 요상스런 물건으로 막장의 종을 쳐버려야 하나. 하지만 상자를 풀어 조립하고 스티커까지 다 붙이고 나니 절로 웃음이 난다. 


우주가 진짜 좋아하겠구나. 까르르 까르르 넘어가겠구나. 

나 네살 때에 이런 게 있었다면 울어버렸을지도 몰라. 너무 좋아서. 

온종일 가지고 놀 것이 빤하므로 과감히 거실에 두기로 한다. 목걸이에 팔찌, 반지는 세 개나 있고 요술봉까지 있다. 


이제 엄마 화장대 서랍은 열지 마,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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