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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설가 김서령 Jan 03. 2022

[우주는 네 살] ep.30_엄마 나이는 비밀



우주가 말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엄마 쉬하고 올게. 잠깐 기다릴 수 있지?” 하는 내 말에 “응, 엄마. 빨리 쉬하고 와!”라고 대답도 할 줄 알게 되었다. 그건 엄마의 인생을 몹시 여유롭게 만드는, 그리고 우아하게 만드는 대화다. 기어이 화장실까지 따라와 문을 열고 지켜보고 있다거나 엄마 어디 갔냐며 빽빽 울어젖히는 일이 없어졌다는 걸 뜻하는 거니까 말이다.     


하지만 동시에 어려움도 찾아왔다.     

아무 데서나 “엄마 쉬해떠?” “엄마 응아하고 왔떠?” 진짜 아무 데서나 뜬금없이 그런 소릴 해대는 것이었다. 


강연 요청이 들어와 점잖게 전화를 받고 있는데 옆에서 우주는 계속 나를 붙잡고 늘어지며 물었다. 


“엄마 쉬했떠?” 


내가 제 말에 대답을 안 하고 계속 전화만 받으니 아주 소리를 빽빽 질러가며 “엄마 쉬했떠?” 물어댔다. 급기야 나는 전화를 받다말고 “응, 엄마 쉬했어.” 대답해야 했다.     


얼마 전부턴 아무 데서나 엄마 나이를 물어댔다.


“우주는 네 살이야. 엄마는 몇 짤?”


동네 놀이터에서 그네를 밀어주고 있는데도 물었다.


“엄마 몇 짤이야?”


옆자리 그네를 밀어주고 있던 동네 젊은 아빠가 피식 웃었다. 민망해서 내가 그랬다.


“엄마 나이는 비밀이야!”     


그때부터 우주는 엄마 나이가 비밀인 줄 안다.

그 비밀이 시크릿의 의미가 아닌 네 살, 다섯 살 하듯이 그냥 나이를 말하는 건 줄 아는 거다. 기왕 그리 된 것, 완벽하게 연습을 시켰다. 엄마 나이는 비밀. (아빠 나이는 네 맘대로 떠들어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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