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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설가 김서령 Jan 03. 2022

[우주는 네 살] ep.29_꿀돼지 우주



나는 우주에게 종종 노래를 불러주는데, 가사가 이렇다.


“우리 우주~ 예쁜 우주~ 우리 우주~ 예쁜 우주~”


멜로디는 이거다.


“얼레리 꼴레리~ 얼레리 꼴레리~”     


우주는 삐쳤다가도 내가 우리 우주~ 예쁜 우주~를 불러주면 마냥 기분이 좋아져서 같이 따라 부르는데, 나는 종종 가사를 바꿔 부르기도 한다.


“우리 우주~ 꿀돼지 우주~ 우리 우주~ 꿀돼지 우주~”


아기 때부터 내 노래를 들은 우주는 그래서 꿀돼지 우주라는 말을 싫어하지 않는데, 요즘 들어 꿀돼지라는 말에 살짝 예민하게 반응하곤 한다. 아마 어딘가서 뚱뚱한 아기들을 꿀돼지라 부른다는 걸 배운 모양이다.


“우주 꿀돼지야?”


이렇게 묻는 걸 보면 말이다. 표정도 떨떠름하다.


얼마 전 나랑 좀 다퉜는데 우주는 잔뜩 토라져서 나한테 빽 소리를 쳤다.


“엄마는 꿀돼지!”


맙소사.

꿀돼지가 얼마나 귀여운데, 꿀돼지 우주는 그냥 꿀돼지보다 백배 더 귀여운데, 그걸 모르고 꿀돼지를 쌈질 용어로 써먹다니. 그 귀여운 꿀돼지를.


가끔 우주의 갓난아기 때 사진을 찾아본다. 말라깽이 엄마한테서 태어난 아기라곤 믿어지지 않을 만큼 뚱뚱했던 우리 꿀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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