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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설가 김서령 Jan 03. 2022

[우주는 다섯 살] ep.52_생각이를 해야지



출근 준비가 바빠서 우주에게 혼자 점퍼를 입으라고 했다. 잘난척 대마왕 우주는 알겠다며 옷장에서 점퍼를 꺼내왔다.


“엄마! 나는 혼자서도 잠바 잘 입어. 어린이집에서도 엄마가 데리러 오면 내가 혼자 입어. 그런데 영준이는 혼자 못 입어.”


이럴 땐 무조건 맞장구를 쳐주어야 한다. 

한 번 토라지면 입던 옷도 내팽개치고 야단을 떨 테니 말이다.


“그러엄, 우리 우주야 혼자 옷도 잘 입지.”

“응, 나는 잘 입어. 옷을 입기 전에는 생각이를 해야 해.”

“생각? 무슨 생각?”

“옷을 입기 전에, 옷을 보면서 생각이를 해야 해. 어디가 앞인지도 생각하고 단추가 어디 있는지도 생각해야 해.”


맙소사.


“그렇게 생각이를 하고 옷을 입으면 아주 쉬워. 그런데 영준이는 생각이를 안 해. 생각이를 하면 지인짜루 쉬운데. 엄마, 영준이는 왜 생각이를 안 하고 옷을 막 입으려고 할까?”     


우주가 초등 1학년쯤 되면 나한테 맨날 뭐라고 할 것 같다. 

엄마는 생각 좀 하고 살아. 왜 생각을 안 하고 막 살아? 그럴 것 같다. 벌써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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