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시계>라는 노래가 있다.
열번 들으면 열번 다 눈물이 나는 노래다.
가사가 이렇다.
길고 커다란 마루 위 시계는
우리 할아버지 시계
구십 년 전에 할아버지 태어나던 날
아침에 받은 시계란다
언제나 정답게 흔들어주던 시계
할아버지의 옛날 시계
이젠 더 가질 않네 가지를 않네
구십 년동안 쉬잖고 (똑딱똑딱)
할아버지와 함께 (똑딱똑딱)
이제 더 가질 않네, 가지를 않네
할아버지의 커다란 시계는
무엇이든지 알고 있지
예쁜 새색시가 들어오던 그날도
정답게 울리던 그 시계
우리 할아버지 돌아가신 그날 밤
종소리 울리며 그쳤네
이젠 더 가질 않네, 가지를 않네
우주와 함께 침대에 누웠던 어느 밤,
우주가 <할아버지의 시계>를 틀어달라 했다.
나 엄만 그 노래만 들으면 눈물이 나는데.
우주 정말?
나 응.
우주 왜?
나 슬퍼.
우주 노래가 슬퍼?
나 응.
우주 들어보자. 엄마 정말 눈물 나는가.
우주는 내가 우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엄마도 울 수 있는 사람이란 게 신기했나 보았다.
바이브를 검색해 노래를 틀었다.
꾹 참고 말고 할 것도 없다.
나는 정말 이 노래만 들으면 눈물이 나니까.
그냥 아주 오래전부터 그랬다.
이젠 더 가질 않네, 가지를 않네……
거기서부터 눈물이 팽 도니까 우주 눈이 동그래졌다.
동그란 눈이 우스워 내가 웃었다.
내가 웃으면 우주도 따라 웃어야 하는데
내가 눈물이 그렁그렁하니
우주는 웃지 못했다.
입 꼭 다물고 누운 채 나만 본다.
애기를 놀라게 한 건가,
철없는 엄마 화들짝 놀라서
누운 눈에 고인 눈물을 닦으려고 했는데
우주가 손을 뻗었다.
가만가만 내 눈물을 닦아준다.
우주 한 번 더 듣자, 엄마.
나 엄마 눈물 나는 거 보니까 웃겨?
나는 막 웃었다.
우주는 안 웃는다.
우주 그냥…… 또 들어보자, 엄마.
우리는 노래를 한 번 더 들었다.
들어도 들어도 이 노래는 슬프다.
우주 엄마, 난 알 것 같아.
나 뭘?
우주 엄마가 왜 눈물이 나는지.
나 왜? 엄마가 왜 그런 것 같애?
우주 나도 그 노래…… 애기 혼자 두고 엄마가 바다 가는 노래.
나 섬집아기?
우주 그게 섬집아기야?
나 응.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내가 노래를 불러보이자마자
우주가 손을 들어 내 입을 얼른 막았다.
우주 하지마. 그 노래 하지마.
나 알았어, 안 할게.
우주 난 그 노래 진짜루 싫어.
나 슬퍼?
우주 몰라. 그냥 싫어. 진짜루 싫어.
우주는 애기 때부터 그 노래를 진짜 싫어했다.
우주 그래서 나는 엄마가 할아버지 시계를 들으면 왜 눈물이 나는지 알 거 같애.
나 같은 거잖아.
나 응, 그런가 봐.
우주 우리 이제 할아버지 시계 듣지 말자.
나 그래, 듣지 말자.
우주 근데 엄마.
나 응.
우주 구십 년은 진짜 긴 거지?
나 응.
우주 백 년보다 긴 거지?
나 야, 구십이랑 백이랑 뭐가 더 커?
우주 구십.
어이가 없었는데, 생각해 보니
백 년보다 구십 년이 긴 게 차라리 낫다.
할아버지의 시계가 구십 년보다 더 길게 흔들렸으면 하니까.
우주 엄마, 구십 년이 그럼 백백 년보다 더 긴 거야?
나 응. 더 길어.
우주 그럼 백백백백 년보다?
나 응. 더 길어.
우주 와…… 구십 년이 진짜 긴 거구나.
우리는 노래를 사실 몇 번 더 들었다.
우주는 계속 손가락을 들어 내 눈가를 만졌다.
촉촉해지면 닦아주고 촉촉해지면 닦아주면서.
세상 최고의 애인이다, 우리 우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