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사 ‘선정 씨’*에게 배운 것

상대를 위해 예의를 갖추는 법

by 윤작가

“편안한 옷보다 정장을 입어요. 그게 내 수업에 오는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하니까요.”


남편의 나비넥타이 끈이 뒤집어지지 않게 투명 테이프로 고정해 주고는 자신의 옷매무새를 살피는 그녀. 이번 주 아침, ‘인간극장’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만난 마술사 부부의 말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평소 편안한 복장을 선호하는 내게 무언가 “쾅!”하고 때리듯 울림을 주는 말이었다. 순간 아이들 앞에 설 때의 내 모습은 어떠한지 돌이켜본다. 늘 입는 청바지, 팔을 들고 내리기에 불편함이 덜한 티셔츠가 주류를 이룬다. 아차 싶다.


귀걸이 하나 바뀌어도 아이들은 금세 알아보고 머리를 묶느냐 푸느냐에 따라서도 그들의 눈빛이 달라진다. 모르지 않으면서도 내 위주로만 옷을 챙기다 보니 좀 느슨한 복장으로 일할 때가 많다. 볼펜 똥이 묻을까, 분필 가루가 옷에 자국을 남길까. 채점하다 나도 모르게 그어지는 색연필 자국들까지.

예쁜 옷이 있어도 불편하다고 편하게만 입고 다니다 보니 상대방인 아이들 입장은 고려하지 않았다. 아이들도 사람인데, 앞에 선 사람이 깔끔하고 단정하면 더 좋겠지.

‘오늘은 신경 좀 쓰고 가야겠네!’ 하는 생각에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새삼스레 고민이다. 꼭 정장을 입어야 품위가 생기는 건 아니지만 상대방 앞에 정성을 다해 몸가짐을 바로잡는 그녀가 존경스럽고 사랑스러워 보였다.


파킨슨 병으로 점점 손이 떨려 공을 이용하는 마술은 더 이상 하기 힘들다는 그녀가 주말 제자들 앞에서 당당하고 친절하게 마술을 가르치는 모습이 좋다. 저런 노후, 참 멋있다, 무료하지 않겠다 싶어 나는 뭘 배워 앞날을 준비해야 하나 벌써부터 걱정이다.

다른 이에게 줄 것이 있는 삶,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최상의 방안이 아닌가. 아침마다 엿보는 마술사 교수님에게 삶을 대하는 자세와 노력, 기쁨을 발견하고 있다.


“그래, 결심했어! 오늘은 티셔츠 대신 단추 있는 반블라우스를 입어보자. 시험 기간, 서로가 피곤하고 힘들지만. 상대를 위하는 마음은 보이지 않아도 드러나게 마련이니까!”


Carpe diem, quam minimum credula postero
카르페 디엠, 쾀 미니뭄 크레둘라 포스테로.
오늘을 붙잡게, 내일이라는 말은 최소한만 믿고.

-라틴어 수업, 한동일 지음, 흐름출판


추신. 하나님, 예쁜 옷이 많이 필요하겠는데요!^^;;


* 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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