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작가 Jun 03. 2021

비 오는 날, 우울함에 글 쓰다

이모 육아 일기

아침부터 빗방울이 떨어진다.

아이들이  이후, 동생 사건이 터지고   꿈을 꾸는 횟수가 늘어났다. 깊이 자지 못하는 탓이려나.

어제는 동생 생일을 맞아 조카와 함께 동네 피자가게에서 페퍼로니 피자 M을 포장해왔다.


이모, 저기에 베스트 적혀 있는  보니까

괜찮을  같아.”


귀요미 말대로 페퍼로니 작은  골랐다. 일요일에 앞당겨 동생 생파(생일 파티)를 미리 했지만, 그래도 당일 그냥 넘기기 아쉬워 저녁을 먹은 후였지만 기분   조카와 포장해왔다.


동생은 동생대로,  나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사느라 힘겹다. 요즘 부쩍 다이어트 신경 쓰느라  대신 바나나 삼매경에 빠진 첫째도 맛있게 먹는다. 동생은 일이 힘든지 집에 오면 파김치다. 신문기일이 다가올수록 불안한지 악몽을 꾸기도 한다.


꿈에서조차 동생과 이야기하고, 일을 그르치지 않기 위해  몸에 힘을 주는 내가 보인다. 자면서도 계속 생각을 멈출 수가 없고 이들을 지켜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과 부담감, 고단함에 몸은 피곤하다.


동네 피자집에서 포장해온 페퍼로니 피자  판!

 번째 스무 살을 맞이하는 것처럼  출발하라는 의미에서    꽂고~^^


우울함에 디자인 문구 굿즈나 소소한 생필품에 돈을 쓰는 경우도 늘어난다. 쇼핑 중독도 우울함의  증상이라는데 동생 생일을 맞아 어머니, 동생, 나, 조카들 옷까지  가족  옷으로 장착했다. 쇼핑은 잠시 기쁨을 주지만 오래 지속되진 못한다. 뭔가를 자꾸 대비하고 준비하고 살림을 꾸려가기 위해 나의 모든 것이 그것에 집중된 탓인지도 모르겠다.


쓸데없이 휴대전화를 자주 붙들고 있는 것도 우울의  원인이기도   같다. 우선 인지했으니 안락의자 증후군’에 빠지는 것은 조심할 테지만 지속적으로 자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책도 필요 이상으로 사놓고 읽지 않은 책이  많다. 그래서 이번 달부터는  필요한 것만 구입하자고 해놓고도  되지 않는다.


피해 사실을 신고하고도 괴로움에 죽음을 선택하는 피해자들의 기사를 읽으며 가슴이 아프다. 삶은 계속되고 살아있는 동안 고통도 지속된다. 자기  아니라고 남들은 이런저런 소리를 쉽게 늘어놓지만 당사자의 상처는 생각보다 깊다. 그래서  끈질기게용기를 내기로 했다. 우울함에 휩싸인 나를 발견하고 불안감에 기분이 처질 때에라도  속에서 침몰하지 않고 하나씩 조금씩 앞으로 나가는  택하겠다.


그동안 숨 가쁘게 달려온  달 동안  견디는  같던 어머니는 결국 감기몸살에 모든 입맛을 잃으셨고 나는 서서히 우울의 늪으로 들어가 자잘한 물건으로 마음을 위로하자고 쇼핑 중독에 빠졌다. 그럼에도 우린 살아있고 살아가야 한다. 기도하며  크게 숨을 쉬고 쇼핑 대신, 포털 사이트 검색 대신 몸을 움직이는 편을 선택해야 한다. 읽어야  책들을 읽고 내키지 않지만 해야 할 일들을 해나가야 한다.


일상은 반복된다.  차리고 설거지하고 바닥 닦고 씻고 아이들 학교 보내고 간식 주고 수학 문제집  장씩 풀라고 말하고 모기 잡고 일하고  보고 한숨도 쉬고  때리고 휴대전화 보고 휴대전화 내려놓고 자고 먹고  먹고 우울해하고 글 쓰고 따위.  쉬기 위해 이곳에 생존 기록을 표시한다.  견고해질, 새로워질,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을  자신을 위해. 우릴 위해. 먼저 세상과 이별한 수많은 피해자들과 유가족들의 마음을 위해. 삶을 위해서 말이다.


모든  추억이  때까지 파이팅!



매거진의 이전글 땟국물 주르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