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삶을 쓰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작가 Jul 29. 2022

불쌍하게 보지 않고 존귀하게 보기

기도를 부탁합니다

감기가 2주 넘게 낫지 않는다며 병원에서 영양제라도 맞아볼 심산으로 병원에 갔던 이모는... 흠... 예기치 않았던 질병에 입원을 했다.

사업하며 바람기 넘치던 이모부와 이혼 후 외국을 오가며 식당 일이며 남들 때 밀어주는 세신사 일 등 가리지 않고 노동하며 씩씩하게 열심히 잘 살아왔다고만 생각했는데.

췌장에 뭔가 발견되었고, 간에도 전이가. 지금은 수술이 안 되고 당뇨를 잡기 위한 약물 치료에 들어간 상태. 소식을 듣고 눈물이 저절로 흘렀다. 이모를 생각만 해도 눈물이 자꾸 새어 나온다.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아니까.

우리가 힘들 때, 내가 아플 때, 동생 일로 고민할 때 서슴없이 환전해서 돈을 부치며 괜찮다고 위로하던 사람이니, 은혜를 갚을 날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반갑지 않은 소식에 수업을 하면서도 정신을 못 잡고 허망한 마음을 억지로 밀어냈다.


“시간을 연장해 주세요.

더 자주 볼 수 있게, 함께 할 수 있게 시간을 연장해 주세요.”


무릎을 꿇고, 수업을 하면서도, 책을 읽다가도, 자려고 누워서도, 버스에 앉아서도 생각이 끊이질 않는다. 차마 내 수명을 단축시켜 이모의 수명을 늘려 달라는 기도는 나오지 않고,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세상을 조금 더 누릴 수 있도록 기적을 베풀어 달라는 기도밖에는.


시장에서 생계를 위해 고생만 하다 자신을 위한 옷 한 벌 못 사 입고 돌아가신 어머니를 이어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어느 청춘에게 오은영 박사는 이렇게 위로했다.

“이 시장이 엄마에게 생계를 위한 곳이라고 생각하면 너무 슬프잖아요. 자식 키우려고 돈을 벌기 위해 일도 하셨겠지만, 아마 어머니에게는 시장이 자부심이고 어머니 삶 자체였을 겁니다.”


나도 이모가 타국에서 고생만 하다 몸을 못 돌봐 병을 얻었다고 생각해서 눈물이 계속 나왔던 것 같다. 불쌍하게 보지 않고 그 인생에, 남들이 뭐라 하든 강한 정신력으로, 우리에게 큰 산처럼 그 자리에서 든든한 보호를 해주었던 존경스러운 멘토로 바라보고 응원하고자 한다. 같이 마음에게 지지 말자고 하고 싶다. 걱정되는 마음을 기도에 실어, 각자 자리에서 지금을 살아내자고 말하고 싶다.


새로 생긴 맛집이라며 친구와 찾아간 곳에서 멕시코 음식을 먹으며 이런 곳에 온 가족이 어울려 식사할 수 있었으면 하는 소망이 생겼다. 마음은 힘들지만, 세상은 자꾸 시련을 주는 것 같지만, 좋은 에너지를 전해주고 싶어서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힘을 다해 일상을 살아가고 싶다.


이모, 힘을 내요!

기도할게요.

힘겨운 사투를 벌이는 모든 이들 또한 잘 견뎌내기를 빌어봅니다.

“내 생각만 하고 그 사람들 고통을 외면해도 문제이지만 그 사람들 고통에 빠져들어도 안 됩니다. 정신과 의사가 환자의 말에 너무 빠져들면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면 같이 정신병에 걸리지요.”

- 법륜, <<행복한 출근길>>


p.s. 지금은 이 문장이 위안이 된다. 그 고통을 상상하고 연상해 정신의 피로도를 높일 게 아니라 열심히 기도하고 도울 일을 찾되, 내 일상도 무너지지 않도록 마음을 잘 지키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니까. 그러지 않으면 순간순간 자주 멈추고 괴롭고 힘들어 앞으로 나갈 수가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레모네이드 인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