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모험!
수업을 마치고 방향이 같아서 같은 버스를 함께 기다리는 학생 한 명과 이야기하며 정류장에 서 있는데,
“이거 해주실래요?”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학생과 나는 마주 보고 조금 황당하고 뜻밖의 상황이라는 표정으로 멋쩍은 웃음만 지을 뿐.
딱삔(머리에 딱 하고 소리를 내며 꽂는 핀) 두 개를 내밀며 아래쪽 머리를 올려달란다.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로 보이는 두 여자 아이가 서로 마주 보고 킥킥거리더니 나에게 엉뚱한(?) 부탁을 청한 것이다. 이때 든 생각은 두 가지였다.
엄마 같은, 여자의 손길이 그리웠나? 그래서 조금 만만해 보이고 화를 안 낼 것 같은 사람 발견했다고 생각했을까? 거침없는 요청을 할 만큼 아이는 당돌하지만 귀여운 부탁에 웃으며 기꺼이, 힘을 다해 두 개의 ‘딱삔’으로 머리를 다 올려주었다.
또 하나의 생각은 아무에게나 부탁을 해서 범죄의 표적이 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요즘 어린아이를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르는 몹쓸 인간들이 심심찮게 기사에 나오는데 이 순진한 아이들을 도와준다고 접근해서 그러면 안 되는데...
아이들은 혼자 해결되지 않아 그냥 장난 삼아 아무렇지 않게 부탁한 것일 수도 있는데 이런 일이 처음인 나는 오만 생각이 다 스쳐 지나간다. 오, 이런! 피곤하게 살기 싫지만 하나의 사건으로 다가온 아이들. 천진한 미소가 끊이지 않고, 웬만하면 상처 없이 잘 성장하기를 기원하는, 홀로 애끓는 마음이란.
그들이 가고 버스가 도착했다. 그런데 앞에 앉은 두 사람. 아버지와 어린 딸. 고사리 같은 두 손으로 손잡이를 꽉 잡고 앞을 보며 버스를 즐기는(?) 중이다. 아버지는 딸이 혹시 뒤로 넘어갈까 걱정되어 한쪽은 손잡이, 다른 손은 딸의 등에 대기하며 ‘보디가드’ 역을 수행 중이다.
길을 가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뒷머리를 핀으로 고정해달라고 요청하던 아이를 보자마자 눈에 들어온, 아버지의 극진한(?) 보호를 받는 꼬마 공주님. 앞서 만난 아이도 낯 모르는 이의 관심과 애정이 아닌 안전한 울타리 속에서 자신의 정서를 보듬어줄, 충분한 애정을 주는 양육자가 있기를. 이 세상 모든 아이들이 따뜻한 부모님 곁에서 행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 오지랖 하는 나란 인간은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