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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삶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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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작가 Oct 11. 2022

감 부자

갈수록 일이 커지다

윗집 아주머니는 직장이 자주 바뀐다.

“그만뒀어요.”라며 아무렇지 않게 말씀하시고는

새로운 알바를 구하기도 한다.

일을 어서 구해야 하는데 걱정하시면서도 틈틈이 텃밭 가꾸기에 열심이다.


몇 해 전부터 감을 문 앞에 가져다 놓으시곤 했는데, 갈수록 감의 개수가 많아지고 가져다 놓는 빈도가 잦아진다.

“이런 거 줘서 속으로 욕이나 안 하려는지. 우리는 약을 안 쳐서 벌레도 먹고 모양이 좀 그래...”


“별말씀을요, 이거 다 유기농이잖아요. 저희는 천연 좋아해요. 어머니가 홍시로 식사를 하세요.”


“그럼 더 갖다 줄까? 기다려봐. 말려서 또 갖다 줄게.”

퇴근하고 집에 오니 아주머니가 말려놓은 판 그대로 문 앞에 두셨다. 모종을 옮기는 판인지 흙이 잔뜩 묻어있고 달팽이 껍데기, 콩벌레 사체로 짐작되는 것도 보인다. 어느 감 밑에 다소곳이 깔려있는 감잎이 앙증맞아 물에 씻어 휴지로 닦은 후 책 사이에 끼워두었다.


이 가을 감 풍년을 맞이하게 해 준 정다운 이웃, 투박하지만 소박하고 많이 주려는 과한 정다움에 넘치는 감들, 감사들. 이제 그만 주셔도 될 것 같은데... 도대체 감 농사를 얼마나 하시는 건지 알 수는 없지만. 많이 주면 좋지, 별 게 다 걱정이다. 어머니의 지나가는 말이 연상되고 이 밤 씻지도 않고 감부터 물에 헹궈 그릇에 엎어두고 기록으로 남긴다.

마음이 부자인 이웃사촌, 그 정을 찐하게 느끼는 계절이다. 무엇으로 보답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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