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좋아하는 가을이
지천에 깔렸구나.
산책로 따라 걸어간 골목 끝
감나무 밭에 가을이 주렁주렁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
변화에 무던하지 못한 뇌가
차가운 바람에 탈이 났다.
어린애 마냥 설거지하다
서러움에 눈물 폭발
여기저기 주물러 주신 어머니 손길에
먹은 걸 위아래로 다 비우고도
이 절기에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드나 하는 생각이.
씩씩하게 앞만 보고 왔는데
갑자기 왜 이럴까.
밥벌이의 고달픔이 서럽고
그것 때문에 오로지 참아내야 하는 내가 서럽다.
그래도 어머니 좋아하는 가을은
여기저기 달려 나를 쳐다본다.
너처럼 나도 아무 말 없이
그저 빛을 낼 수 있을까.
그래도 아직 귀한 생명 있으니
참고 견디고 살아내야지, 살아가야지.
무심히 빛나는 가을이 말없이 지켜보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