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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삶을 쓰다

잘 가요, 다시 만나요.

다시 듣고 싶은 목소리, 그러나 들을 수 없는 목소리

by 윤작가

이모,

어머니는 얼굴이 뒤집어지고

저는 입술이 뒤집어졌어요.

이것만으로도 아프고 걱정스러운데

당신은 얼마나 무섭고 힘드셨을까...

처음이자 마지막 편지를 하늘에 부쳐요.


가시기 전 같이 잠이라도 잤으면

식사라도 했으면

손이라도 잡았으면

마지막에 해주고 싶은 축복의 말들이

참 많았는데

이제는 가슴에 묻어요.


슬프지만

더 이상 슬픔에만 빠져 살 수 없기에

아직 지켜야 할 가족들이 있기에

애써 마음을 다잡아봅니다.


맑은 정신으로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제 밥벌이를 걱정하시며

안부를 물으셨죠?

당신의 몸이 그러한데도

이모는 참 따뜻한 속정을 지닌 분이었어요.


더 이상 이모의 전화가 오지도 않을 텐데...

이제는 어머니 바탕 화면에

언니라고 적힌 글자가 안 뜰 텐데...

그 사실이 가장 힘들게 해요.


여러 가족의 소식을 묻고 챙기며

집안의 기둥 역할을 기꺼이 맡았던 당신의

큰 마음과 강인한 정신을 이어받아

저 또한 이 땅에서 충실히 살아가려 합니다.


이모, 잘 가요.

그리고 우리 꼭 다시 만나요.

제가 기억할게요.

그리고 어머니 잘 모시고

언니들 위해서 기도할게요.


당신처럼 제 발로 뚜벅뚜벅 걸어 다니며

열심히 살겠습니다.

더 이상 고통 없는 그곳에서

빛 가운데 영원하기를.

고마웠어요.

잊지 않을게요, 그 마음.

이제 편안히, 평안히 지내기를.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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