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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삶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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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작가 Jan 09. 2023

사모곡

어머니 차려주신 밥상 앞에서 울컥

이렇게 오래 병원 신세를 길게 진 적은 없었다. 코로나 확진 이후 입술 양끝이 찢어지고 입 둘레로 알레르기가 번져 각질이 생기고 진물이 나더니... 집에서 혼자 립밤과 수분크림으로 연명해도 차도가 없어 2주 넘게 염증 완화와 알레르기 방지를 위한 약을 하루 세 번 먹고 이틀에 한 번 꼴로 진료를 받는다.


이제 각질은 다 떨어져 나갔으나 세 끼 챙겨 약 먹느라 늦잠도 못 자고, 호르몬제 끊은 지 한 달 만에 다시 약 신세다. 지겹기도 하고 번거롭기도 하나 꼼꼼한 의사 선생님 만난 덕분에 거역도 못 하고 아침 시간은 병원행으로 다 지나간다.


평생 참고 살았던 어머니도 모낭충으로 온 얼굴이 뒤집어져 나보다 먼저 병원 치료를 받으셨다. 가족에게 맞추느라 본인 의사는 뒷전이고 참고 참았던 세월이 요즘은 고함으로 터진다.


“내가 못 살겠다, 진짜!”


주말은 한 끼 온 가족 둘러 밥 먹으려고 하루 종일 김치 담그고 반찬 만들어 차려놔도 똥강아지 조카들은 친구 만난다고 외출하고, 불닭볶음면을 더 좋아하고... 그런 게 마음에 들지 않으시는지 요즘 들어 화를 자주 내신다. 몸과 마음이 힘드셔서 그런 것 같아 가시방석인데, 그냥 사 먹어도 되고 다 안 모여도 된다고 혼자 중얼거리는 내 마음도 편치는 않다.


옷 하나에 김칫국물 하나 튀어도 바로 빨아야 하는 깔끔한 성격인 어머니 눈에 잘 안 움직이는 느림보 거북이 큰딸과 털털하다 못해 집안일에 문외한인 막내딸은 마음에 안 드시겠지... 죄송하지만 어머니 따라가기는 그냥 포기다!


어머니는 언제나 밥 걱정이다. 조카들은 밖에서 친구들과 군것질하는 걸 더 즐기는데, 혹여 때 놓칠까 싶어 미리 상을 봐두신다. 계란프라이도 서너 개씩 해놓고-식으면 맛이 없는데;;- 반찬도 쉽게 먹으라고 아예 상에 차려놓고 밥이 떨어지면 내게 물 양까지 알려주며 새로 하라고 당부하며 외출하는 지경.


병원 다녀와 홀로 밥상을 마주하니 갑자기 울컥한다. 고기 없으면 밥도 안 먹는 조카들 생각해서 예전과 달리 고기를 자주 사놓는 것도 일이 되고, 식구 늘어났다고 김치도 자주 하신다. 얼마 전 5일장에서 ‘콩이파리’가 오천 원 치에 너무 적은 양이라고 뭐라고 하시더니... 이것저것 그냥 마음이 힘드신 것 같다. 곁에 있는 나라도 자주 위로하고 따뜻하게 해드려야 하는데 투정 부리기 일쑤며 그냥 마음 비우라는 쉬운 말로 넘어가는 불효녀!!!


반찬 하나하나 만드느라, 아픈 다리로 재료 사서 다듬고 부엌에서 종일 종종거리며 가족들 맛있게 먹고 행복해할  순간을 위해 정이 넘쳐흐르는 우리 어머니는 그냥 모성  자체다. 나도, 동생도  마음 헤아리기에는 너무 모자라다. 요즘은 나도 누군가와말하기도 귀찮 에너지가 쓰일 정도로 여유가  없어지는  같아 씁쓸하다. 그래도 어머니 수고 생각해서  챙겨 먹고 얼른 낫고  봄을 맞아야지. 벌써 벚꽃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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