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이 보호하사”
재작년 이사 와 우리와 이웃이 된 동생과 조카들. 오늘 둘째 조카가 초딩을 벗어나 졸업을 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동생은 시간이 겹쳐 아들 졸업식에 못 가는 대신 4만 원 꽃다발로 마음을 전한다. 요즘 꽃값이 비싸 3만 원으로는 풍성하지 못해 4만 원을 추천하는 꽃집 사장님 말대로 받아보니 큰 편이다. 화장지에 물을 적셔 덜 마르게 배려해 주셨다. 하룻밤 테라스에서 찬 기운 받은 꽃다발 중 살구빛 튤립 한 잎이 달랑거리는 것 말고는 대체로 양호하다.
“하느님이 보호하사 우리나라 만세!”
애국가를 부를 때 나는 하느님을 ‘하나님’이라고 바꾸어 부르고, 어머니는 ‘하느님이 보호하사 우리 가정 만세’라는 심정으로 불렀는지 눈물이 났다고 했다. 내 마음도 다르지 않다. 동생의 이혼 소송, 전 제부의 가정폭력으로 형사 고소 등 법원과 경찰서에 오가며 마음 졸인 그 수많은 순간들을 거쳐 이제야 ‘하나님이 보호하사 우리 가정’ 만세를 부르며 둘째 조카 졸업식까지 왔으니 눈물을 참느라 애썼다.
예쁘게 꾸며진 단상, 초청되어 온 학부모 대표, 동문회 수석부회장(?) 등 이 학교와 관련된 내빈들이 보이고, 우리는 뒤에 서서 감개무량한 마음으로 졸업식을 바라보았다.
영화 <탑건>에 대사를 입혀 중2병을 조심하라는 동영상 메시지는 센스가 철철 넘치고, 마지막에 아이들이 직접 만든 동영상도 인상 깊었다. 작은 학교이지만, 세심한 준비와 한 명도 상을 받지 못하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여러 개의 상을 만들어 한 명씩 이름 부르며 귀한 추억을 만들어준 학교와 모든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또 감사드린다.
교장 선생님은 두 가지를 당부하셨다.
모든 꿈을 이루지는 못해도 포기하지 말고 자신의 꿈을 이루어가라.
늘 긍정적인 마음으로 감사하며 살아라.
지당하신 말씀이고, 모든 순간이 소중하다!
재개봉한 3D <타이타닉>에서 잭이 한 말로 마무리를 대신한다.
“순간을 소중히!”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내 동생, 고생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