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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삶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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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작가 Apr 19. 2023

이모의 유품

유통기한은 한참 지났지만

“밴드 필요하니?”


작년 췌장암으로 하늘의 별이 된 이모가 언제 줬는지도 모르는 밴드를 어머니가 발견하고 쓰라고 하신다. 이모는 절약 정신이 몸에 배어 오래된 물건도 잘 버리지 않고 일본에서 먹었던 쌀까지 비싼 운송료를 지불하면서도 집에 가져와 동생인, 나의 어머니에게 ‘바리바리’ 싸주던 사람이었다.


밴드의 제조일자는 2016년으로 추정. 헉! 무려 7년이 지났는데 이게 어디 있다가 지금 나타난 건지. 이모를 잊지 말라는 무언의 계시인가. 인터넷에 밴드의 유효기간을 찾아보니 대략 2년 정도인데, 시간이 오래 지나면 접착제 성분이 녹아내린다고 되어 있다.


얼마 전 식탁 정리를 하다 뾰족한 물건에 손을 다친 어머니는 언니 생각을 하는 양, 마치 자신의 언니가 살아 자신을 챙겨주는 듯 7년이 지난 밴드를 붙이며 내게도 쓰라고 하신다. 나에게 이모의 밴드는 상징이 된다. 당신의 알뜰함과 나눠주기를 좋아하는 속 깊은 정을 상징하는, 쓰기는 그렇지만 이모를 생각해서 도저히 버릴 수 없는… 그런 물건이 되어버렸다.


마음이 아픈 것은 내색하지 않지만, 평소보다 더 늦게 잠들고 더 일찍 일어나는 엄마의 마음. 자신의 피붙이를 그리워할 그 마음. 그래도 이 참에 이모의 밴드가 나타나 동생의 속을 달래어주는 것인지도.


요즘 눈물 흘릴 일이 많아지네.

구급이란 글자가 인상적이다. 마치 이모가 하늘에서 동생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급할 때 써라, 다 괜찮아질 거다.”

그래요, 이모. 잊지 않을게요, 고마웠던 그 마음! 오래도록 기억하며 살아갈게요. 밴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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