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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작가 May 19. 2023

기분 좋은 일상은 선물이 된다

심장아, 진정해!

페북을 열다 깜짝 놀랐다. 세상에! 이런 사진이 있다니. 이런 사진을 찍다니. 한눈에 반하고 말았다. 어느 작은 도서관에서 순간 포착을 한 지인이 찍은 사진이 너무 앙증맞고 사랑스러워 즉시 퍼가도 되는지 허락을 구했다. 넓은 마음으로 허락해 주신 선생님. 앱에서 사진을 편집한 후 세줄일기 앱에도 활용하고 여기에도 쓴다. 

이게 무슨 상황일까요?

참새가 앵두를 물고 가다 무거워서 땅에 떨어뜨렸나 보다. 그것을 보신 선생님은 참새가 민망해할까 봐 넌지시 모른 척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신다.

"그래, 쉬어가라!

난 못 본 거야.

다들 그래줄 거다.

그리 믿자."

얼마나 따뜻한 인사인가. 만화 세 컷 같은 이 장면을 혼자 보기 아까워 어머니에게 문자 전송하고 심장은 두근거려 아프기까지. 내가 찍은 사진이 아니기에 편집본에 영어 이니셜로 출처를 남겼다. 여러 가지 일로 지끈거렸던 머리가 즉시 맑아지며 기분이 새로워진다. 


스스로 만든 명함에도 적어놓았지만, 예쁜 것에 많이 약하다. 굿즈나 드로잉, 일러스트 등 내가 잘하지 못하지만 누군가 그리고, 찍고, 만들어 놓은 예쁜 것들에 마음을 빼앗겨 멈칫한다. 아이들 글쓰기 노트도 빨리 첨삭해서 학원 밴드에 올려야 하고 집도 정리해야 하는데. 참새와 앵두 사진에 반해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이게 나다!


동생이 타고 다니던 차에 이모빌라이저 경고등이 떠서 여기저기 수리하다 거금이 들어갔다. 빠듯한 살림에 이 무슨 통재라. 그러나 어쩌겠는가. 도시락 배달을 하며 바쁘게 다닌 동생도 내색은 크게 안 해도 미안해하고 속앓이를 많이 한 모양이다. 생각하면 짠한데 돈 걱정은 왜 이리 끊이지 않는지. 그러던 중 '예쁜 것'을 보면 마음이 녹고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기분이 든다. 며칠 전에 스페인 온라인 서점에서 시킨 책이 도착했다. 광고 카피를 패러디해서 '예쁜 것 옆에 예쁜 것, 예쁜 것 옆에 또 예쁜 것'이 가득 차면 기분이 둥둥.

검색해 보니, "나는 ~을 좋아한다"라는 뜻 같다. 혹시 알고 계시는 분은 댓글을 달아주세요.^^

그림을 전문적으로 그리지 않지만, 낙서에 손을 뗀 지도 오래되었지만. 그래도 드로잉이나 일러스트는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최애 분야이다. 그래서 요리나 일상, 풍경, 사람을 그린 수많은 굿즈나 책에 약하다. 한눈에 들어오는 상품은 작가를 보고 그 작가의 작품들을 훑어본다. 그리고 그림이 마음에 들면 인터넷을 뒤져 판매처를 알아본다. 구하기 힘들 때는 인스타그램에서 '디엠'을 통해서라도 문의한다. 일본어를 잘 몰라 사이트에 가도 구매를 못 한 적도 많다. 그렇다고 사고 싶은 물품을 위해 열심히 어학 공부를 하지도 않는다.


책을 내고 싶은데 쉽지 않으니 여기저기 기웃기웃하다 독립출판물에 대해 알게 되었다. 생각보다 작은 서점이나 독립출판물을 취급하는 서점이 꽤 많다. 그런 흐름 속에 알게 된 서점이 스페인 서점이었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책갈피나 그림책 등을 구입했다. 오늘 도착한 책은 박이수 작가님의 <<오늘의 일기:스페인요리>>이다. 일반 서점에도 작가님의 책이 판매 중이지만, 이 책은 절판됐다가 소량으로 다시 인쇄한 경우라 나중에는 못 사겠다 싶어 미리 주문한 것이다. 또 스트레스 지수가 상승할 때 양말이나 굿즈를 산다. 물론 예뻐야 한다. 사실 그림만으로 구성된 책은 어쩌면 가성비가 떨어질 수도 있지만. 예쁜 그림을 좋아하니까 마음을 촉촉하게 해주는 보상이다.


글을 쓰며 한 번씩 수국을 쳐다본다. 테라스에 놓인 큰 단지에서 활짝 핀 수국을 끊어 책상 위 음료수병에 어머니가 꽂아두신 것이다. 예뻐서 합격! 평소 요리도 잘하지 않은데 스페인 요리책은 사치일 수 있다. 그래도 인생은 모르는 법. 혹시 아나, 외국인 친구나 스페인 음식을 진하게 좋아하는 친구가 생길지. 그것은 그렇고 가정의 달에 이래저래 돈 빠져나가는 액수가 무섭다. 그래서 주문한 립글로스는 취소했다. 예쁜 것에 반해서 말이 길어졌다. 

맛있는 음식을 직접 요리해서 누군가가 맛있게 먹는 것을 즐기는 사람도 있을 테고, 예쁜 그림에 반해 눈으로 그려진 음식을 먹는 나 같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여유가 생기면 스페인 요리도 만들어보고 끄적거리는 낙서도 자주 해보고 예쁜 사진 보며 즐거워하며 살아갈 것이다. 삭막한 현실 속에서도 기분 좋은 일상은 선물이 되니까. 선물 같은 순간을 마련해 준 고마운 사람들. 

"Muchas Graci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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