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다
며칠 전 김장한 김치를 보내주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작년에도 반찬과 김치를 주셔서 고마운 마음에 이번에는 빈 손으로 받지 않으리라 단단히 마음먹었고...
김치를 보내겠다는 기별을 받자마자 소액을 보냈다. 작은 마음의 표현이다. 이틀 전 새로 담은 김치와 전에 담아놓은 김치와 어머니가 농사지은 밭에서 뽑은 통통한 무 두 개.
스티로품 박스를 열고 무를 보는데, 주책맞게 눈물이 맺힌다. 흐른다. 마음이 아파 울었다. 요즘 시국이 마음에 걸려서인지 국민끼리 욕을 하고 자신과 다른 견해를 지닌 이의 SNS에 찾아가 혐오 섞인 말을 남기는 모든 행태가 가슴 시리도록 아렸기 때문이다.
평소 무나 콩나물을 반찬거리 만들려고 자주 사는 어머니가 떠올라서이기도 했다. 이 귀한 먹거리를 먼 곳에 사는 이가 마음을 담아 보내주니 눈물이 나지 않을 수가 없다.
내가 부자라면 더 많이 마음을 표현했을 텐데...
며칠 불편한 속이 겨우 진정될 찰나, 무를 보니 소화제를 만난 것처럼 눈물이 맺혀 가슴은 아파오고. 걱정한다고 세상을 어쩌지도 못하는데, 불안한 마음과 근심 어린 생각은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흙이 그대로 묻어있는, 하얀색과 연푸른 색이 어우러진 무. 귀여운 무청이 달려있는 아이. 하얀 비닐봉지에 고이 누워 우리 집까지 왔구나.
고마워라, 너를 보고 마음에 바람이 불어온다. 보내준 이에게 무를 보고 울었다고 말씀드렸다. 그냥 어려운 때, 서로의 마음을 표현하는 길은 역시 먹거리인지. 감사하게 받는다.
아직 매운 것이나 라면류는 조심해야 한다. 워낙 면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참기가 힘들지만, 건강을 위해 참아야 하듯이. 우리 사는 인생이 급하게 서두른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닌 듯하다.
지금은 정유정 작가의 <<영원한 천국>>에서 제이와 해상의 만남에 설레고 있다. 대리만족이다. 일상을 지내면서 하나씩 해야 하는 일들과 하고 싶은 일들을 찾아 마무리 짓는 것. 연말을 잘 마무리하는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그때 나는 승주가 '꽃다운 존재'라는 생각 자체를 해보지 못했다. 사람 구실 못한다고 화를 내느라, 앵무새한테도 주어지는 저 따뜻한 연민을 품어보지 않았다. 어쩌면 나 역시 꽃다웠던 적이 없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 정유정, <<영원한 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