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 잡채의 위력
지난 토요일은 어머니가 태어난 날이다. 나처럼 어머니도 호적과 실제 태어난 날이 다르지만, 집에서는 실제 생일을 축하한다.
어수선한 시기였지만, 그렇다고 어머니 생일을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일. 학원 수업을 마치고 집 근처 빵집에서 케이크를 샀다. 냉장에 보관된 것 중 가장 예쁘고 제일 비싼 걸로 골랐다. 그 집의 시그니처 메뉴라는 안내말도 있고, 딸기가 윗면과 옆면에 돌아가면서 박혀있는 모습이 맛있어 보였다.
어머니는 미리 얘기한 대로, 알바를 마치고 김밥과 떡볶이를 사 오셨다. 집안 정리 안 한다고 언니에게 한 소리 들은 동생은 비밀리에 잡채랑 버섯 베이컨말이와 데친 파를 돌돌 말아 데코를 했다.
이모의 잔소리에 조카들은 편지를 썼다. 어릴 적부터 주말마다 놀러 왔던 외가에 이제는 완전히 합류한 그 모든 과정이 아이들에게도 울컥하게 하는 요소였는지...
첫째 조카는 편지를 쓰면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선물 받은 캔들 워머를 조명 삼아 하트 모양 촛불을 켜고 노래를 불렀다. 이 모든 것 중에서 어머니를 방긋 웃게 만든 것은 동생이 직접 만든 잡채였다. 그리고 어머니를 울컥하게 만든 것은 조카들의 편지. 맏이가 사 온 비싼 케이크는 그저 "딸기가 많네."에 그쳐버렸다.
그냥 가족이 한 상에 둘러앉아, 한 끼를 나누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을 말하지 않아도 안다. 우리는 느꼈다. 이 일상이 매해 계속될지 어떨지 알 수 없다는 것도. 지금을 더욱 소중히 여기기로 했다. 이런 자잘한 일상을 이곳에 쓰고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그런 연유이다.
졸아든 건지, 떡볶이는 너무 매워 다들 혀가 화끈거리고, 어머니는 물을 더 붓고 버섯을 첨가하여 다시 끓여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아이고, 주여!" 방금 동생네를 다녀와서 정리를 마친 어머니 입에서 나온 말. 여전히 청소와 거리가 먼 동생이여! 가족이란 다 다르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어도 때로는 말없이 뒤에서 보완하고 미운 정 고운 정 들어가며 한 울타리 속에 사는 존재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