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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다르지만, 마음은 알아!

밑져야 남는 장사

by 윤작가

"도련님, 사람이란 자고로 이득이 있는 일만 하고자 할 게 아니라 때로는 밑지는 장사도 해야 되는 거죠. 이 세상은 그러한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저램은 장사를 잘하고 있습니다. 아주 잘하고 있어요!"

-찰스 디킨스, <<데이비드 코퍼필드>> 중에서


우리는 흔히 밑지는 장사는 손해라고 생각한다. 어느 면에서는 맞다. 이윤을 남기려고 하는 장사가 밑지면 손해니까. 그러나 다른 면에서 바라보면 지금 당장 밑진다고 영원히 밑지는 것을 아닐 것이다. 좌판을 늘어놓고 채소를 파는 아주머니가 콩나물을 주문하는 새댁에서 한 줌 더 얹어준다고 당장 굶어 죽지는 않을 테니까. 사람이 철저하게 계산하면 상대방도 같이 그러기가 쉽다. 으레 손해 좀 보고 산다고 생각하면 스트레스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삼계탕 사장님께 얻어온 가지와 부추로 한 상 차린 어머니

친구와 점심 먹으러 간 어머니 손에 비닐봉지가 들려있다. 사장님이 직접 농사지은 부추와 가지를 주셨단다. 어머니는 친구에게 삼계탕 사주러 가는 길, 동생이 구운 계란 몇 개를 검정 비닐봉지에 넣고는 깜빡하고 가게에 그냥 가셨단다.

삼계탕 사장님이 텃밭에서 직접 키운 농작물을 선물한 것이다. 오가는 정이라고 그 집에 갈 때마다 어머니 또한 뭔가를 챙긴다.

"이건 약이야. 가늘어 보여도 몸에 좋은 거다."

손 다친 어머니를 대신해서 흙이 다 빠질 때까지 부추 씻고 물이 빠지도록 채반에 받쳐 둔다.


어머니는 가지는 잘라, 프라이팬에 소금 뿌려 굽고 밀가루 못 먹는 맏이를 위해 밀가루 대신 계란 풀어 부추전을 만들었다.

"찍어라!"

준비도 안 된 딸에게 한 마디 남기시고는 뿌듯해하신다.

"이렇게 나오면 되나요?" 보여드리니 웃으신다.

어머니에게는 이게 큰 보람이자 기쁨이다.


어머니에게 삼계탕 얻어먹은 친구가 쌀 식빵을 사주셨다고. 빵에는 유제품과 밀가루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먹을 수가 없는데, 쌀이라는 글자에 안심하고 하나 맛봤다. 부드럽고 고소하다. 맛보기로 먹고 남은 쌀 식빵은 동생네에 양보. 사람과 사람 사이는 경제 논리처럼 면밀히 따지기 어렵다. 이만큼 사줬으니 너도 그만큼 사줘라, 이러면 아주 몹쓸 사람이 된다. 그저 마음에서 우러나면 그것으로 만족! 상대가 기뻐하면 덩달아 행복! 그러면 되는 것이다.


달콤한 과즙에 총총이 박힌 참외씨!

식사 후 입가심 삼아 먹는 참외가 너무 달아 위안이 되는 요즘. 참외를 깎다 보니, 이 놈은 왜 이리 씨가 많을까? 의문이 든다.

"신께서 너는 작은 대신 널리 기억되라고 많이 넣어주셨구나."

자두나 복숭아는 과육 안에 커다란 씨앗이 들어있다. 참외는 금수저 씨앗 대신 흥부네 박처럼 보물이 잔뜩 들어차있다.

우리 인생도 그런 게 아닐까 싶다. 남보다 내가 좀 손해 보고 밑지는 장사 같아도 나눠먹고 정을 베풀면 마음이 흐뭇해진다. 만병의 근원이 스트레스라는데, 각박한 세상에서 움켜쥐고 산다고 행복해질까?


커다란 씨앗으로 한 번에 주목받고 사라지는 스타보다는 작고 여린 듯해도 오랫동안 기억되고 정 나누며 사는 인생이고 싶다. 어머니는 전을 부치면 일부를 포장해서 이웃에게 전해준다. 그게 그녀의 삶의 방식이자 행복을 느끼는 비결이다. 때로 아이들에게 호구 샘이라고 불릴 정도로 나 또한 종종 간식 쿠폰 쏘며 마음 다독인다. 나누면 들어온다. 밑지기도 해야 인심도 얻는다. 없는 데 있어 보이는 이유가 그것이다. 가난한테 마음 부자로 살아가는 방식도 그것이다.


고생 좀 심하게 한 작가, 찰스 디킨스는 '오머 씨'의 입을 통해 독자들에게 은연중에 밝히는 것이다.

"사람이란 자고로 이득이 있는 일만 하고자 할 게 아니라 때로는 밑지는 장사도 해야 되는" 거라고. 모든 순간, 그렇게 살 수 없고 살 필요도 없겠지만, 그런 마음 가짐일 때 적어도 여유가 생기는 게 아닐까 싶다. 여전히 폭염이 지속되는 여름, 잘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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