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위해
어릴 적 어른들끼리 비밀리에 나누던,
측근에서 일어난 일이기에 그녀는 악몽을 꾸기까지 써야만 하는, 써내야만 하는 사명을 지닌 채 태어났는지도 모른다.
겨우 민족끼리 총 겨누기를 중단하고 이제 제대로 살아보나 싶었던, 순하디 순한 백성들은 전쟁이 중단된 지 삼십 년이 지난 어느 날 알 수 없는 비극에 사로잡힌다.
그저 내 몸 하나 잘 먹고 잘 살고자 하는 높으신 주인님들과 달리 새끼 중한 줄 알고 내 새끼 중하면 다른 이의 목숨줄도 귀한 줄 알았던 무고한 사람들은 그대로 살아있는 총받이가 되어 전쟁보다 험한 꼴로 죽어갔다.
잘못된 것을 잘못된 것이라 하는 게 뭣이 잘못이오. 젖 먹이고 아들, 딸 바르게 건강하게 자라기만 기원하는 몸뚱이를 대검으로 쑤셔되는 것은 웬 일이오. 우리가 무얼 그리 잘못 했소. 원망도 비난도 하지 못한 채 억울한 죽음만 한가득이다.
아무리 위에서 시킨 일이래도, 자기 밥그릇 지키는게 중요해도 뭐가 중한 지는 알고 살아야제. 시키면 시킨다고 그리 하면 되겠소. 일제에 맞서 맨몸으로 태극기를 흔들며 대한 독립 만세를 외쳤던 그 순진무구한 백성들이 계엄 반대와 독재 타도를 오치다 그대로 쓸려버렸다.
우리 민족이 같은 하늘, 같은 땅 아래 같은 사람들에게 죽어갔다.
책을 읽고 부마민주화항쟁과 광주민주화 운동에 대한 영상을 본다. 태극기로 관을 감싸고 온 몸에 피투성이 구멍 뚫린 주검들을 똑똑히 바라본다. 미라같이 벌겁게 변해버린 씁쓸한 그네들을 영상 속에 보다 차마 참지 못하고 욕을 내뱉는다.
"나쁜 놈의 새끼들, 누구를 위해 힘없고 불쌍한 시민들을 그리 잔인하게 짓밟아버렸냐."
맨부커 상이 아니래도 오직 이 작품 하나로도 그녀는 큰 일을 한 것이다.
그 넋들이 흘린 피값을 어찌 할꼬. 정의를 지키려다 쓸어져버린 저 영혼들을 어떻게 위로할꼬...
"모른척 무심히 살아서 미안해요. 너무 쉽게 잊어서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