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일 마트에서 개기기
계속되는 무더위에 보이지 않는 적과의 동침까지, 어젯밤 잠을 설쳤다.
자다가 간지러워 일어나면 팔에 울긋불긋, 잡을까? 지금 못 잡는다, 그냥 자자. 다시 잠들다 또 간지러워 일어나면 발목에 울근불긋. 그 놈의 모기, 내 피 짱짱하게 빨아먹고 어디로 간 건지.
늦은 아침을 먹고,
"어머니, 마트 갈까요?" 하니,
"그래, 가자!" 하신다.
준비를 마친 후 머리는 바나나핀으로 묶어 올리고 긴 치마에 양산을 들고, 모자에 선글라스까지 쓴 어머니와 길을 나선다.
"아~ 시원하다!"
로비에 있는 의자에 앉아 노숙 마냥, 공항 마냥 자리를 잡고 가져온 책을 읽기 시작한다. 간간이 아몬드며 얼음물을 내미는 어머니. 그런데 주도면밀하지 못한 나는 딸랑 책 한 권만 챙겨왔다. 얼마 후 책은 금세 다 읽고 멀뚱멀뚱 할 일도 없다. 버틸 만큼 버티다 2층으로 향한다.
이리 저리 둘러 보다 허니버터칩 30% 세일하는 과자 한 봉지 사서 화장실 앞 의자에 앉아 어머니와 먹다 엄마를 찾는 듯한 아이를 쳐다보며 간단한 대화.
우리 같은 족속이 많구만. 화장실 의자에 드러누워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시는 할머님들, 소년 소녀 커플들, 커트를 끌고 다니며 바람도 쐬고 시간도 보내는 어머니들.
지금 어머니는 단골 옷집에 준비해온 아몬드 한 통을 건네려 가시고 나는 뭐 다리 꼬고 앉아 한번씩 사람들 씨익 쳐다보고 열심히 브런치 중.
이게 뭐야. 방학하고 처음 맞는 귀한 토요일 연휴를 이리 보내고 있다니. 맙소사!
읽어야 할 책도 많은데 책은 없고,얼굴은 부어서 셀카 찍을 맛도 안 난다. 여기 저기 의자에 앉아 시간 보내다 오고 가는 사람들. 그러는 찰나 뒷모습이 예쁘장한 학생이 동전 교환기에 지폐를 넣고 사탕 뽑기를 한다.
할아버지, 할머니, 학생, 아저씨, 아기, 아주머니 등등 이 사람 저 사람 남녀노소 상관없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저녁까지 해결하고 가자고 어머니와 이야기한 후, 하. . 이제 3시 27분인데 어쩌냐. 이게 시간을 죽이는 건지 피서인지 노숙인지. 잠도 오고 뭐 그리 마냥 편안하지는 않다.
"니 한번 나갔다 와봐. 지금 밖이 어떤지."
춥다는 내게 한 마디 하셔서 나갔더니, 집 못 간다, 못 가. 이대로는 무리다.
집에 에어컨이 없기에 여름 피서는 마트 아니면 도서관이 딱인데 이제는 뭐 남의 시선쯤은 안드로메다로 보낸 지 오래. 너무 앉아 있어 엉덩이 아프면 위층 한 바퀴 돌면 되고, 쇼핑을 하기에는 가격대가 꺼려진다.
쉬니 돈은 더 나가고 시간 보내기는 더 힘들고. 책은 없고 낮은 지나가야 하고. 흠..
여러분은 어떤 쉼을 누리고 있나요? 오늘 저는 마트에서 그냥 죽 치고 있습니다. 시원하긴 하네요. 그럼 됐죠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