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

반대 정신

by 윤작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여름이었을 테지. 긴긴 세월 밤낮 할 것 없이 실컫 울어볼 날만, 아니 노래할 날만 기다렸을 테지. 그러나 사람들은 그 심정도 몰라준 채 시끄럽다고 한 피조물을 나무란다.


오늘은 도서관이 공식적으로 쉬는 날. 온 세상이, 전국이 폭염으로 몸살을 앓는다. 어디 사람뿐이랴. 자연은 어떠하고. 전국의 물 있는 곳마다 피서객이 몰려와서 온갖 쓰레기에 노폐물을 배출하지 않나. 늦은 밤 깜깜해야 할 사방이 인공 조명에, 화려한 불빛에, 캠핑에 잠 들지 못하고 뒤척이는 것은 비단 사람만이 아니다. 별들은 빛을 내어야 할 이유를 잃었는지도.


온종일 에어컨 나오는 자리만 찾아다니고 싶은 심정. 거리에 나간다는게, 휴대 전화를 만지는 일조차 덥다. 자꾸 덥다 덥다 하면 어쩌랴. 더울 뿐.


어머니께서 찡찡대는 나를 보시더니, 냉장고에서 막 꺼낸 얼린 물통을 대야에 넣고 물을 채우신다. 그 밑에 수건을 얌전하고 가지런히 까신 채.


"자, 발 담궈봐라. 시원할 거다."


"어휴~ 이제 살겠네요. 책 볼 맛 좀 납니다."


그러고는 몇 분, 몇 장 뒤적이다 낮잠 자고 다시 일어나 발 담그고 앉아 신영복 선생님의 글 보다, 참 큰 스승이시다 싶어 내심 감탄에 존경을.


그리고 선풍기 앞을 떡 차지하고선 일상을 열심히 써내려간다. 사람은 참 희한한 동물이지. 자신의 삶을 기록하는 재미를 느끼고 사니까.


이제 시작인 이 계절에게 벌써부터 짜증내면 어쩌나 싶다. 조물주가 사계절로 만든 환경에 곡식과 과일은 부지런히 익고 영글어갈 텐데. 이 시각, 지나야 하는 시기는 꼭 거쳐가야 하리라.


그래도 나는 신선 놀음 아닌가. 사대부 부럽지 않은 호사를 누려 세상에 미안해진다. 대야에 물 담그고 시원한 선풍기 쐬며 유유자적 책이나 읽고 있으니, 지금 이 시각 삶의 터전에서 굵은 땀방울 뚝뚝 흘리며 일하는 이름 모를 수많은 이들은 무엇으로 위로해야 되나 싶은 것이다.


그래, 이 모든 것이 내게 주어진 귀한 선물. 기운 내고 오늘 하루도 힘차게 살아보자. 벌써 오후로 접어드는 시각이네.


열심히 사는 당신, 그 대가도 톡톡히 받으며 사는 세상이기를 바라며...


「 "어린 여우가 강을 거의 다 건넜을 때

그만 꼬리를 적시고 말았다. 끝마치지 못한다."

세상에 완성이란 없습니다.

실패가 있는 미완이 삶의 참모습입니다.

그러기에 삶은 반성이며 가능성이며 항상 새로운 시작입니다.


- 처음처럼, 신영복 (미완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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