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음’을 원했다.
나와 같은 가치, 취향을 가진 사람을 좋아했고 그런 사람들과 자주 시간을 보냈다. 편안하고 달콤했다. 일치함을 확인할수록 관계에서 느껴지는 충만함도 컸다.
그러나 이런 상태가 계속되진 않았다. 세상에 나와 완벽하게 같은 사람은 없으니까. 이 당연한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듯, 작은 균열에도 놀라고 상심했다. 끝이 있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엄습했고 이상하게 외로웠다.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감정이 그렇지 않았다. 조금만 달라도 한 걸음 뒤로 물러서는 나를 발견했다. ‘왜, 나는 작은 차이에 이렇게 반응하는 걸까’하고 생각한 순간 깨달았다. 지독한 자기 사랑과 유약함을.
나는 판단자의 얼굴을 하고 내 기준에 맞춰 상대를 심판했다기보다 다름으로 인해 관계가 틀어질까 봐 두려워하는 겁쟁이에 가까웠다. 완벽하지 않음에서 오는 피로를 감당하기 싫었고, 작은 차이에도 쉽게 위협을 느낄 정도로 유약했다.
세상에 갈등 없는 완벽한 관계는 없다는 걸 알면서도 삶으로 껴안지 못했고, 갈등을 잘 해결하려고 하기보다 갈등 없는 상태만을 본능적으로 바랐다. 마치 삶에서 고통은 수치이며 늘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을 느끼는 것처럼. 고통이 삶의 일부이듯 갈등도 관계 안에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걸 왜 잊었을까.
'함께 생각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결론에 닿았다.
이는 '다름 앞에서 어떻게 반응하는가'와도 연결된다. 예리한 잣대를 들이밀며 '나와 같은 생각을 얼마나 가지고 있나'를 구별하는 사람이 아닌, 다름 앞에서 도망가지 않고 함께 생각하고 계속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세상의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겠다는 초월적인 태도를 말하는 게 아니다. 모든 걸 이해해야 한다는 어떤 ‘이상’을 말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삶의 기술에 더 가깝다.
누군가의 말처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하고는 평탄한 대로만 걸을 수 있지만, 같이 생각할 수 있는 사람과는 모험을 할 수 있고 인생은 모험에 가까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