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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경 Mar 04. 2019

소년이 온다 한강 지음

간헐적 독후감

저는 한강이라는 작가를 좋아합니다. 처음에 그를 읽기 시작한 것은 맨부커상 수상에 대한 기사를 읽고서부터입니다. 저는 그때 한참 요가에 빠져 있었을 때인데, 언제라도 한강 작가를 생각하면 채식주의자가 함께 떠오르며, 채식주의자의 장면 중 팔을 위로 뻗어 그 팔이 곧 가지가 되는 장면을 회상합니다. 그리고 요가에는 태양 숭배 자세가 있습니다. 팔을 위로 뻗고 허리를 뒤로 젖히는 자세인데, 저는 이 자세를 할 때마다 제가 나무가 될지도 모른다는 섬뜩함을 느끼곤 합니다.


제게 있어서 한강이라는 작가는 그렇습니다. 그는 일상에 침투하는 방법을 알고, 제 일상을 뒤틀어 놓습니다. 당신이 누구든, 그 어떤 방식의 사고를 하는 사람이든 한강 작가의 작품을 읽는다면 이제부터 당신의 일상에는 그가 그려 놓은 세상이 비집고 들어오게 되는 것입니다.


소년이 온다는 역사 소설입니다. 역사는 그 당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그리고 우리는 그 사람들의 모습에서 어떤 것을 알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소년이 온다를 읽으며 그때의 광주에서, 그 상흔을 입고 살아 나가려는 사람들의 무거운 발걸음을 봅니다. 하지만 살아 나가지 못하고 아주 큰 벽 앞에서 주저앉고 마는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한강은 우리를 광주로 데려다 놓지 않습니다. 우리는 민주항쟁을 겪지 않았고, 다만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재구성하고 편집해서 내보낼 뿐입니다. 이는 사실일 수도, 사실이지 않을 수도 있는 이야기지요. 하지만 한강이 말하고 있는 것은 그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그것은 학살이었습니다. 우리는 학살의 피해자의 앞에서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할까요. 아니, 우리가 그들의 심정을 지레짐작하여 보이는 태도가 적합하긴 한 걸까요?


우리는 겪지 못한 일에 대해서는 결코 주체적으로 생각할 수 없습니다. 인간의 이기성이란 그렇습니다. 상대방을 이해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이타적인 모습을 연기하는 것밖에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다시 묻겠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피해자들에게 다가가야 할까요? 한강 작가는 이에 대한 대답을 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들을 보여 줄 뿐입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당신은 마음이 아플 것이고, 머리가 지끈거릴 것이고, 당장이라도 살인자에게 앙갚음하고 싶을 것입니다. 죽어 있는 혼의 말을 들으면서, 어린 학생이 시체들을 목도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경찰에게 맞은 일곱 대의 뺨 중 마지막 한 대는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하는 그를 보면서, 당신이 느낄 감정은 결코 연민이 아닙니다.


당신이 소년이 온다에서 엿본 인생은 감히 당신이 연민할 수 있는 삶이 아닙니다. 살아남은 자들의 하루는 당신이 감히 공감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상대방이 되어 본 적 없으며, 평생 없을 것입니다.


잊지 않는 것은 어렵고 힘든 일입니다. 상처를 안고 산다는 것은 아프고 쓰린 것을 떠나 성가신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끊임없이 잊지 않아야 하며 상처를 안고 살아야 합니다. 5월의 광주는 덮어 둘 수 있는 존재의 것이 아닙니다.


소년은 아주 오래 전부터 존재했습니다. 소녀는 단 한번도 사라진 적이 없습니다. 그날의 청년들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당신은 그 사실에 대해서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다만,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온몸의 감각을 곤두세워 느낄 줄 알아야 합니다. 그들은 우리의 역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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