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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지영 Jun 10. 2021

<토이스토리 4>, 상대의 소망에서 나의 소망으로

내 짝이 아님을 인정하기-나와 상대를 위한 진짜 배려

<토이 스토리 4>(2019)는 오랫동안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었다. 토이 스토리를 이끌고 가는 중심 캐릭터는 ‘우디’라는 카우보이 장난감이다. 우디와 친구 장난감들, 그리고 우디를 소유한 인간 아이들의 관계가 스토리를 이끌고 가는 주축이 된다.


우디

우디의 입장에 주목하였을 때, <토이 스토리 4>는 우디가 자신의 새 주인인 ‘보니’라는 여자아이에게 사랑받고 관심받기 위해 애를 쓰다가, 어느 누구에게도 소속되어 있지 않는 자유로운 장난감이 되어, ‘보 핍’이라는 오랜 친구 장난감과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우디의 새 주인 '보니'
우디의 오랜 친구 '보 핍'

주인이 가장 좋아하는 ‘최애’ 1등 장난감의 자리를 놓치고 싶어 하지 않던 우디는 자신의 새로운 주인 보니에게 ‘사랑받기 위해’ 엄청난 집착을 보여준다. 그 집차의 대상은 바로 보니의 새로운 최애 장난감, '포키'이다.


보니의 새로운 최애 장난감 '포키'

우디는 '보니가 무엇을 원할까, 보니에게 무엇이 필요할까'를 끊임없이 살피면서 어떻게든 보니에게 관심을 받고 관계를 ‘지속’시키고자 하는 강한 열망을 보였다. 그래서 보니가 가장 외로운 순간, 새로운 장난감 '포키'를 만나는데 가장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하였고, '포키'가 사라져 보니가 슬퍼하자 자신과 친구들을 위험에 빠트리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포키를 찾는데 집착한다.


위험을 무릅쓰고,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끈질지게 포키를 되찾아 보니에게 데려가려는 우디

'포키를 보니에게 데려가기' 미션에 대한 우디의 집착은 광기에 가까울 정도로 변해가고, 우디의 찐친구들조차 그러한 우디의 모습을 이해하지 못하며 등을 돌리려 한다. 기존의 가까웠던 모든 관계를 다 위험에 빠지게 만들면서까지, 우디는 포키를 보니에게 데려가 보니의 인정과 관심을 얻고,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받고자 한다.


여기서 잠깐, 우디의 존재적 속성이 갖는 특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디 = '카우보이' + '장난감'

우디는 '카우보이' + '장난감' 이다.


'카우보이'라는 설정은 <책임감, 의무감, 보호 본능, 의리> 등의 속성과 연결된다.

'장난감'이라는 설정은 <반드시 누군가에게 '속하게' 되는 존재 (발바닥 이름)>이면서, 동시에 <언제든지 '버려질 수도 있는' 존재 >라는 이중적 속성과 연결된다.

 

'카우보이' + '장난감' = 우디는 <상대방과의 관계 속에서 절대 변하지 않는 의리와 책임을 다하려고 하는 강력한 지향을 갖고 있으나, 동시에 그 관계가 변화하는 것에 대해 근본적 불안을 가진 존재>임을 형상화한다고 볼 수 있다.


(낯설지 않은 모습이지 않은가! 연인관계에서든, 부부관계에서든, 친구관계에서든, 심지어 자녀와 부모의 관계에서든! )


'보니'의 옆자리만이 자신의 자리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던 우디는 오랜 친구 '보 핍'을 만나면서, '보니'의 옆자리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존재 가치를 찾을 수 있음을 서서히 깨달아간다.

우디와 보 핍

우디는 누게에게도 속해있지 않은, 자유로운 장난감이 된 오랜 친구 '보 핍'을 다시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점차 '나의 소망'에 주목하기 시작한다. 이전에는 우디를 움직인 원동력은 '보니는 무엇을 원할 것인가', '보니를 어떻게 기쁘게 해줄 것인가'였다. 즉, '상대방의 소망'에 따라 우디는 움직였다.  


그러나 자신의 소망에 따라 자신있게 새로운 선택을 해나가는 보 핍을 만나면서, 우디 또한 점차 '상대방의 소망'에만 집착하던 모습에서 벗어나 '나의 소망'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나는 진짜 뭘 하고 싶은가',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토이스토리 4>는 '상대방의 소망'에만 몰두하면서 집착적으로 관계를 지속하고자 했던 우디가 점차 '나의 소망'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집착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보다 협력적이고 동등한 새로운 관계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 이야기이다.

'나의 소망(내가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확신이, 자신감이 생겼을 때, 비로소 우디는 '보니의 옆자리가 자기 자리가 아님을, 자신은 보니의 짝이 아님을 인정'하게 된다.


그 사람의 옆자리에 꼭 내가 있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그것이 상대방과 자신을 위한 '진짜 배려'이다!


그래서 영화 속 마지막 장면이 주는 울림은 더 특별했다.

우디와 이별하는 친구들
떠나가는 보니와 친구들을 바라보는 보 핍과 우디


꼭 옆자리에 있어야만, 짝으로 붙어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옆에 없다고 해서 사라진 것이 아니다.

사라진 것은 텍스트일뿐, 그 관계 속 서사는 영원히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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