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 연습.

또 다른 시작.

by 세렌디퍼


끝이 아닌 시작을 위해 유서를 지어 보려 합니다.


결국 탄생이라는 시작과 동시에 우리는 '죽음'이라는 목적지에 누가 얼마나 제대로 걸어가는가가, 우리의 인생일지 모르겠습니다. 그토록 성공, 성장하고 싶은 마음, 혹은 부자가 되고 싶거나 아니면 그저 아무 꿈이 없이 살아가는 그 과정이 모두 죽음으로 가는 과정이겠지요.


이미 먼저 떠난 남편을 만날 생각을 하니 갑자기 어리둥절해집니다. 그를 용서하기 위해 시작한 치유의 글쓰기라고 해놓고, 정작 진짜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쿨하게 다 용서가 되었나, 싶습니다. 그냥 일단 등짝 한 대 때리고 시작할까요?


"이렇게 먼저 와서 쉬니, 좋았니? 당신 덕분에 난 하드코어 인생을 제대로 살고 왔다."

갑자기 그런 생각도 드네요.


'그가 아니었더라도, 제가 여기까지 왔을까?' 어쩌면 그저 집 밖의 똑같은 사람들처럼 하루살이에 애쓰며 꿈과 비전 따위는 다른 나라 세상이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러고 나니, 고맙다고도 해야 할까요?


아무튼 이렇게 우왕좌왕했던 어미, 아비 사이에서 살아내 준 나의 아이들에게 매우 감사합니다.

엄마가 가끔은 화장실에서 꺼이꺼이 울 때도 무섭고, 두려웠겠지만 모른 척해 줘서 고마웠습니다.

꿈을 이루겠다며, 다시 살아보겠다 동동거리며 여기저기 고군분투하느라 제대로 끼니를 못 챙겨줘도 반찬투정 한 번 안 하고 쑥쑥 잘 커줘서 미안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인생 안에서 충만하게 살아가고 있어서 아이들 자체가 저에게 아마 가장 아름다운 작품이 되었습니다.


엄마를 통해, 인생의 문제를 결국 해결해 나가려는 태도와 근간을 배웠다 해줘서 감동받았고 두 개의 심장으로 살리라 다짐하며 악셀을 밟던 그날이 부끄럽지가 않습니다.


무엇보다, 고단하기도 했지만 늘 올바른 방향으로 살아내기 위해 무단히 애썼던 삶의 태도를 유지해 낸 나에게 고맙습니다.

한 번 살다가는 인생, 막살아볼 의향이 없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고꾸라질 뻔한 일도 많았지요.

그럴 때마다 거기서 잠시 주저앉아 엉엉 한 번 울고 털어버리고 오뚝이처럼 일어나던 나는, 알고 보니 이 세상 아무 곳에도 본 적 없이 빛나던 보석이었습니다. 처음부터 반짝거리진 않았지만, 결국 반짝거릴 수 있을 거란 엉뚱하고도 말도 안 될 확신으로 시작해 현실로 만들어 낸 나는 마법사입니다.


내 인생의 말도 안 되는 마법은 내가 부릴 수 있습니다.

잘 살아줘서 고마웠고,

잘 살아낼 수 있도록 울타리가 되어준 나의 사람들에게 모두 깊은 감사드립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먼저 생을 정리하는 선배로서, 덧붙이기 하겠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방향과 그 원칙 가운데에는 결국 "나"를 제대로 사랑하는 마음이 늘 함께 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다시 만나, 또 인생을 제대로 놀아봅시다. 아무 고통 없는 그곳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