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지 않아도 끌리는 사람들의 비밀(4)

오만의 대가

by 미세

어느 날 저녁 스트레칭을 하다가 문득 조금만 더 하면 이 정도는 할 수 있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조금만 더 해보자. 아프지만, 원래 발전하려면 아픈 거지. 조금만, 더, 조금 더... 하고 힘을 주는데 뭔가 이상했다.

다리 안쪽에서 순간 뭔가 툭 어긋나는 기분이 들었는데 평소의 근육통과는 느낌이 좀 달랐다. 아, 이거 좀 이상한데. 뭔가 잘못됐다는 게 느껴지면서 바로 자세를 중단했다.


따뜻한 걸로 찜질이라도 하고 자고 일어나면 낫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잠이 들었는데, 그 이상한 느낌은 다음 날 아침에도 그대로였다. 다리 안쪽이 뭔가 미묘하게 욱신거리는 기분. 그래도 크게 아픈 건 아니었기 때문에 일상 생활에는 지장이 없었고, 운동도 루틴대로 하려고 했다. 그런데 평소와는 다르게 조금만 동작을 반복했는데도 다리 안쪽이 꽉 조이듯 당겨오는 기분이 들었다.

어 이거 병원을 한 번 가보긴 해야겠구나. 난 그때까지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둘째 날, 병원을 가서 엑스레이를 찍고 물리치료를 받았다. 엑스레이 상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했고 물리치료까지 받았으니 금방 낫겠지. 하고 운동을 건너뛰고 잠이 들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불편한 느낌이 오른쪽 다리에서 도저히 사라지지를 않았고, 난 미련하게도 ‘그래도 근손실 오면 안 되니까 운동은 해야지. 열심히 노력한 게 수포로 돌아가면 아깝잖아, 조금씩만 하자.’라고 생각했다. 몸이 아픈데도 내가 ‘이상적인 몸매’를 위해 해온 그간의 노력이 너무 아까웠던 거다. 내가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데. 작은 상처 때문에 그만둘 수는 없어. 나는 내가 원하는 몸매를 반드시 가질 거야.


결과는 뻔했다. 근력 운동을 할 때마다 오른 다리의 근육이 조이듯이 당겨왔고, 일상 생활에서도 걸음을 걸을 때 다리가 당기는 느낌이 심해졌다. 딱딱한 의자에 앉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다리가 욱신거리기 시작했고, 오래 걷는 게 힘든 것은 물론 햄스트링 스트레칭을 하는 것조차 점점 힘들어졌다.

병원을 이곳 저곳 다녀 보았지만 딱히 뭔가 이유를 발견하지도 못했고 당연히 치료도 되지 않았다.


이 때즘 되자 운동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이상적인 몸매에 대한 갈망이 있었어도 만성적이고 일상적인 통증 앞에서는 눈물을 머금든 울며 겨자를 먹든 도저히 지속할 수가 없는 것이다. 차라리 팔이나 손목이었다면 부하를 가하지 않을 방법이라도 있을 텐데, 다리는 사람이 일상생활을 하려면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부위라 더 힘든 노릇이었다.


그때 어떤 생각이 들었다.

건강미든 여리함이든 글래머든 뭐든, ‘하나의 신체 타입’을 기준으로 정하고 그것이 ‘가장 나은’기준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내 몸을 돌보지 않고 혹사했다는 점에서


마르기 위해 음식을 먹지 않고, 우겨넣고 토하는 사람들이나 내가 전혀 다를 게 없었다는 사실을 절절하게 깨닫게 되었다.

심지어 나는 무의식중에 나의 기준(건강한 근육형 몸매)이 다른 사람들의 기준(마르고 여리여리한 몸매)보다 ‘우월하고 나은’것이라고 생각하기까지 했으니 그 얼마나 오만한 사고방식이었나.


사람에게는 저마다 자기에게 맞는 건강한 생활 방식, 식단, 몸무게, 체형, 골격이 있다.

사람이 존재하는 방식에 모두에게 통용되는 기준점을 일률적으로 정한다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 자신에게 어울리고 지속할 수 있는 생활의 루틴은, 매뉴얼에 나온 수치대로가 아닌 본인 스스로가 찾아가야 하는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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