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지 않아도 끌리는 사람들의 비밀 (5)

이대로는 나를 사랑할 수 없다고

by 미세

그 놈의 “예쁜 근육형 몸매”를 만들겠다고 무리하면서 다친 다리가 도무지 낫질 않았다.

정형외과를 서너 군데 가 보았지만 물리치료, 도수치료, 신경주사, 충격파 치료 등 갖가지 치료를 받았는데도 별로 차도가 없었다. 선생님, 제가 왜 아픈 거죠? 글쎄요. 글쎄요... 정확하지는 않네요.


달리기는커녕 경보로 걷는 것조차 오래 할 수가 없었고, 하체 운동은.. 어쩌면 이번 생에 다시는 못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통증이 몇 개월 지속되자 내 데일리 가방은 핸드백이 아니라 천으로 된 에코백으로 바뀌었고, 그 안에는 접이식 쿠션이 항상 들어 있었다. 외출해서 식당이나 카페 등을 가서 딱딱한 의자에 오래 앉아 있으면 어김없이 한쪽 다리가 저리고 욱신거려왔기 때문이다.


아, 병원에서 일할 때 노인 환자분들이 이런 느낌이었으려나. 한창 얼굴을 볼 때는 그들의 감각까지 이해하려는 생각을 오히려 못했는데, 내가 아파보니 이제야 뼛속 깊이 이해하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다. 만나는 환자분들 모두에게 좀 더 친절하게 대해드릴걸. 그분들에겐 병원까지 오는 것도 얼마나 힘든 길이었을까.


생각해 보면 나는 원래도 온갖 잔병치레가 잦았다. 몸이 아플 때마다 불안도가 높아졌고 조금만 아파도 자주 병원을 가곤 했다. 아마 나 같은 사람이 의료보험이 잘 되어 있는 대한민국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 태어났다면 인생 난이도가 최소 두 배는 되지 않을까 싶다.


그 덕에 건강염려증이 없다고는 못 하겠다. 몸에 이상을 조금이라도 느낀다는 건 내게 심한 불안을 동반하는 일이었고, 그럴 때마다 내 몸을 자주 원망했었다. 아 왜 또 아픈 거야?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자주 아프지도 않은데 왜 내 몸만 맨날 말썽인지. 어쩌면 “건강한 근육형 몸매”라는 이미지가 나에게 인상적이었던 이유, 내가 그걸 그렇게 추구한 이유도 그것일지 모르겠다.


노력해서 저렇게 되면 나도 더 이상 잔병 치레 따윈 안 하게 될 거야. 활력 넘치고 건강하게 될 거야. 그럼 나도 나를 더 사랑하게 되고, 좋은 삶을 살게 되겠지. 어쨌든 지금 이 몸은 만족스럽지 않아. 나를 개선하려는 게 뭐가 나빠? 건강 측면에서도, 미적 측면에서도. 지금과는 ‘다른 몸’을 원해.

지금의 나는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없단 말이야.


내가 아주 오래, 나 스스로에게 그런 말을 해왔다는 걸 조금은 늦게 깨달은 셈이다. 그게 얼마나 못할 짓인지도 모르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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