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 be yourself, you are perfect.”
어릴 때부터 사람들을 관찰하는 걸 좋아했다. 사람뿐만이 아니라 그냥 주변의 사물 등 모든 것을 나름의 기준으로 분류하고 카테고라이징하고 특성을 분석해서 기록하는 걸 아주 좋아했다고 해야 할까.
특히 사춘기에 접어들면서는 주위 사람 각자의 '매력 포인트'를 분석하는 걸 즐기기 시작했다. 저 친구는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태도가 멋있고, 쟤는 노래를 잘 하고, 쟤는 발랄한 성격으로 언제나 즐거워 보이고, 쟤는 자기만의 꿈이 어린데도 확고하네...아예 주변 사람들의 장점을 적는 작은 노트가 따로 있을 정도였다. 지금 생각하면 좀 크리피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런데 오히려 그 행동들은 당시 내 낮은 자존감의 발로였다. 아무리 뭔가를 분석하고 기록해도 그게 내 것이 될 수는 없었다.
남들의 매력적인 점을 찾고 기록할수록 나는 더 작아 보였다. 나는 쟤만큼 노래를 잘 하지도 못하고, 운동을 잘 하지도 못하고, 주위 사람들의 장점을 따라해보려고 억지로 노력도 했지만 왠지 나와는 결이 안 맞는 옷 같았다.
괜히 나랑 어울리지도 않는 말투와 모습을 따라하고 어색함을 느꼈던 날이면 그것들은 고스란히 흑역사로 기록되곤 했다. 아, 그러지 말걸. 어울리지도 않는 짓을. 하지만 쟤가 하면 저렇게 반응이 좋은데. 난 뭐가 문제지?
남들의 빛나는 부분은 이렇게 잘 보이는데, 나한테는 뭐가 있을까? 타인 말고 나의 좋은 점을 찾는 거, 그게 생각보다 어려웠다.
어느 날, 교환학생으로 간 미국의 중식당에서 포춘쿠키를 하나 열어봤다. 바삭하게 부서진 조각들 사이로 조그마한 종이 쪽지가 나왔다. 거기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Just be yourself, you are perfect.”
순간 누군가 나에게 일부러 보라고 넣어준 문장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허를 뜨끔 찔린 기분이었다. 이거 진짜 나 보라고 누가 써놓은 거 아냐?
너무 간단한 문장인데, 이상하게 마음이 찔렸다. 나는 늘 다른 이들에 비해서 부족하니 무엇을 더 채워야 하나 고민했는데, 정작 그냥 나 자신이 되는 것이라는 말이. 왠지 그 뒤로는 노트에 다른 사람들의 장점을 적는 일을 그만두었던 것 같다.
그 쪽지는 한동안 고이 간직하다 결국에는 잃어버렸다. 하지만 그 쪽지에 적혀 있던 메시지는 뇌리에 아주 오랫동안 남아서, 이후로도 내가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면서 스스로를 깎아내릴 때마다 약간의 위안이 되었다.(완벽하게 되었다고 하기는 힘들다)그래, 나는 그냥 내가 되자. 나인 걸로도 좋아.
나만의 포춘쿠키, 예상치 못한 작은 응원을 느껴본 적이 있는지? 있다면 가슴 속 한 켠에 꼭꼭 간직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