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대화를 나눌 때, 상대가 말하는 내용만 듣는 게 아니다.
말투, 목소리의 높낮이, 손짓, 고개 각도, 눈을 어디에 두는지까지 모두 함께 관찰한다. 하지만 이건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대화의 대부분은 ‘내용’이 아니라 ‘느낌’으로 기억된다.
그리고 이 ‘느낌’은 놀랍게도, 그 사람이 지금 어떤 신체 상태인지와 거의 직결된다.
예를 들어, 마음이 조급하거나 불편한 상태에서는 말의 속도가 빨라지고 손이 불필요하게 자주 움직인다. 다리를 떨거나, 머리를 만지는 행동이 반복되기도 한다. 이런 신호들이 많아질수록 듣는 사람은 명확한 이유 없이 불안정한 인상을 받는다. “딱히 이상한 말을 한 건 아닌데 어딘가 불편해 보인다”는 느낌.
문제는, 그런 불편함이 대부분 본인에게는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기 감정 상태나 몸의 긴장을 자각하지 못하면, 그 어색함은 고스란히 분위기를 해친다. 더 나아가, 듣는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그 불안정함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연결짓는다.
반대로 자기 상태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선택지를 갖게 된다.
오늘 내가 다소 예민하다는 걸 알아차리면 말을 한 박자 늦게 꺼낼 수 있고, 불필요한 손동작을 줄이고 시선을 고르게 둘 수 있다. 갑자기 확 웃거나 리액션을 과하게 하지 않아도 되니, 전반적인 에너지 소모도 줄어든다. 의식적으로 자연스러운 안정감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카페인에 아주 민감한 타입이라서 커피를 두 잔 이상 마시면 나도 모르게 말이 평소보다 빨라지고 다리를 떨거나 하는 경향이 있는데, (참을성도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기분이다)카페인이나 당을 섭취한 후 활력이 도는 게 느껴진다면 그걸 긍정적으로 이용할 수도 있지만 이럴 때는 대화를 할 때 나도 모르게 실언을 하게 될까 봐 의식적으로 주의한다. 내 말을 두 마디 하고 싶은 걸 일부러 한 번은 참는다든가, 손이 바빠지려 할 때 일부러 손을 테이블 밑으로 내린다던가. 내가 내 상태를 잘 이해하고 있으면, 원치 않는 인상을 남기는 걸 막을 수 있다.
분위기란, 물론 표현방식도 중요하지만 먼저 자기감지에서 시작된다.
자기 상태를 인지하고 조절할 줄 아는 사람은 굳이 과도하게 애쓰지 않아도 중심이 있다.
오늘 내가 가장 자주 했던 몸짓이나 말투, 하나만 기억해 보자.
거기에 의외로 오늘 하루의 내 분위기 상태가 들어 있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