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분 글쓰기
가시나무는 나무줄기에 가시가 돋아있는 나무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지식백과에는 가시나무가 쌍떡잎식물로 분류되어 있다. 백과사전에서 나오는 가시나무는 바닷가 계곡에서 자라며 높이가 15~20m 정도로 자란다고 소개하고 있다.
어제저녁, 자정이 되기 전이었다. 여느 때와 같이 장판을 켜 둬 따뜻해진 침대에 엉덩이를 들이밀고 앉아 있었다. 나는 침대 위에 녹듯이 앉아 아이패드로 유튜브를 뒤적거리고 있었다. 잘 사는 법, 좋아하는 것을 찾는 법 등의 동기부여 강의들을 기웃거렸다. 최근 브런치에 글을 잘 쓰지 않았으니 ‘글쓰기’도 검색했다. 유튜브 목록의 첫 단에 있는 글쓰기 인기 영상을 눌렀다. 영상이 시작되자 ‘가시나무라는 노래의 가사를 아시나요?’라는 질문이 던져졌다. 나는 애국가를 부르듯 바로 노랫말을 흥얼흥얼거렸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의 쉴 곳 없네
내 속엔 헛된 바람들로
당신의 편할 곳 없네
가시나무 노래는 어릴 땐 그저 유행가와 같았다. 초등학생들이 ‘사랑을 했다’라는 노래를 아무 생각 없이 부르는 것처럼. 그런데 어제 다시 천천히 읽어 내린 가시나무 가사는 표현할 수 없는 묘한 공감이 느껴졌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의 쉴 곳 없네.’
나를 잘 모르면서 머릿속은 온통 나에 대한 생각들로만 가득 차있는 요즘의 나를 떠올렸다. ‘글쓰기는 나에게서 너에게로 시선이 옮겨지는 것입니다. 글쓰기는 상대의 여러 모습을 헤아리는 작업입니다.’ 영상 속 말들이 웅웅거렸다. 글쓰기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았다. 나는 너무 많은 내 속의 나들로 다른 사람들을 밀어내고만 있었을까? 가시나무 가사가 새삼 다르게 느껴지는 저녁이었다.
나이가 들었음을 느끼는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