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상황을 계절로 볼 것인지, 계절을 보내는 나무로 볼 것인지.
겨울을 맞이하다
찾아온 겨울이 얼마나 길지 혹은 누군가에 비해서는 짧을지 모르겠다. 이번 해 초, 추운 겨울을 맞이했었다. 과거형인 것은 지금은 아주 추운 때는 지나갔길 바라는 마음이다. 겨울이 찾아올 것 같은데, 곧 추워질 것 같은데 하는 짐작은 꽤 오랜 기간 있었던 것 같다. 스스로를 돌보지 않았던 것을 알고 있었다. 짐작을 했던 것 같은데도 갑작스러웠다. 그래서 대처 없이 꽁꽁 얼어붙었다.
청년 마음건강바우처
국가에서 지원하는 청년 마음건강바우처를 통해 상담을 받게 되었다. 상담을 받는 동안 추운 상황은 달라진 게 없었지만 상황을 보는 시각이 약간 바뀌었다. 계절 자체가 아닌 계절을 맞이하는 나무로 나를 바라보게 되었다. 나무는 사계절을 지나며 각 계절에 어울리는 모습을 갖춘다. 상황을 맞이했을 때 각 상황에 어울리게 대처했었어야 했다. '겨울이 춥다'라는 사실에만 초점을 맞추고 옷을 여밀 생각이 없었다.
이 전의 생각을 돌아보며
이 전에 취업이 과연 축하받을 일인지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다. 회사에서 뽑아내기 식의 일을 하며 회의감에 젖어들었던 때였다. 누군가 진정 나의 일을 하게 된다면 진심으로 축하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적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라는 이름으로 1년 6개월이 넘는 시간을 보내보니 지금은 또 다른 생각이 든다. 결국 나는 다시 회사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고 불합격 메일을 수도 없이 받고 있는 상태다. 취업이 완전한 행복을 보장해주지 않는 것은 확실하지만, 그럼에도 경제적 의무를 위해, 성장을 위해 어려운 취업의 문턱을 넘은 분들에게 등을 토닥거리며 고생 많았고 정말 축하한다고 말하고 싶다.
일희일비
일희일비하는 행동이 내 멘탈을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깨닫는다. 1차 합격 이후 2차 합격에서 줄줄이 떨어지며 멘탈이 흔들거렸다. 사실 원래 없었던 것이고 상황은 바뀐 게 없는데도 이미 가졌다는 허황된 마음이 거짓 상실을 만들어 마음을 아프게 만든다.
어떠한 허들에 부딪혔을 때 극복하는 법을 이제야 알아가려 하고 있고, 그래서 예전처럼 하나의 상황에 모든 멘탈을 뿌리째 내어주고 포기해서 결국 넘지 못한 허들을 여기저기 쌓아두는 행동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 당장은 정말 넘지 못할 것 같고 지치고 힘들겠지만 막상 넘어서면 별 것이 아니고 또 더 큰 허들이 나타난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시야를 넓게 가지기
지금의 상황이 최악처럼 느껴지겠지만 생각해보면 그다지 최악도 아니다. 겨울의 찬 바람에 고개를 숙이고 움츠러들어도 한 숨 크게 쉬고 고개를 들어보면 얼은 손을 녹여줄 햇빛이 나를 비추고 있음을 알 것이다.
해주고 싶은 말은 그냥 수고했고 수고하고 있고 좀만 더 힘을 내보자는 말. 언제나 단 잠을 잘 수 있는 환경이 있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있고 힘듬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에 있다는 것. 조급 해지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런 상태를 알아채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견하다고 말해주고 싶다.